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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결과적으로 '벌투 논란'이 이영하에게 약이 됐다.
이영하는 1일 수원 KT전서 4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15피안타(2피홈런) 4볼넷 13실점했다. 2017년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이었다. KBO 역대 한 경기 최다실점 2위, OB-두산 투수 역대 한 경기 최다실점이기도 했다.
이후 벌투 논란이 일었다. 1회부터 4실점하며 흔들린 이영하를 빼지 않은 김태형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그런데 '벌투'를 확실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기준이 불명확하니 주관적인 시선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벌투가 맞다고 주장한 쪽에선 '초반부터 흔들린 이영하를 감독이 마운드에 방치해 더욱 기를 죽이는 꼴'이라고 봤다. 그럴 경우 다음 등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투수가 "벌투였으니 기분 나빴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
김태형 감독은 7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벌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100개를 넘긴 것도 아닌데 벌투는 아니었다. 당시 영하를 빨리 교체했다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당시 1회부터 많은 점수를 주고도 열심히 던졌기 때문에(태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던지게 했다"라고 돌아봤다.
물론 추격조를 투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추격조도 아껴야 할 시점이 있다고 봤고, 그보다 이영하가 좀 더 던지면서 '투구의 참맛'을 느끼길 바랐다. 김 감독은 "투수가 마음 먹은대로 던졌는데 계속 얻어 맞는 날이 있다. 더 던지면서 스스로 느끼길 바랐다"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벌투 논란에 대해서도 "주위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 선수는 감독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김 감독은 "영하가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벌투 논란을 뒤로 하고 이영하는 엿새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부터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비록 박병호가 빠진 타선이라고 하지만, 전통적으로 힘 있는 타자가 많은 타선. 이영하는 145~150km의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 조합이 돋보였다. 직전 등판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포심 위주로 과감하게 정면 승부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6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투구수 99개. 시즌 7승(1패)째를 따냈다. 1일의 모습과 180도 다른, 사람들이 아는 우완 영건 이영하로 돌아왔다. 벌투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영하는 확실히 달라졌다. 실제 1일 투구가 이날 호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김 감독 의도가 어느 정도 통했다고 봐야 한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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