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진태화의 연기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다소 정적이고 모범생 느낌이 강했던 그에게 일탈의 기회가 주어졌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진태화의 도전은 곧 연기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출연중인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진태화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태화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무언가가 터져 나온 것. 두번째인 만큼 더 과감해진 것은 물론이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이제 막 약혼한 커플 자넷과 브래드가 고등학교 시절 은사를 찾으러 가는 길에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은 곳에서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하룻밤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브래드 역을 맡은 진태화는 모범생 같은 순진한 면모부터 새로운 경험에 눈을 뜬 이후의 엉뚱한 모습을 능청스러운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두번째인 만큼 진태화의 브래드는 조금은 달라졌다. 더 과감해지고 한층 디테일해졌다. 연습 과정에서 더 발전시키고 싶은 장면에 욕심을 냈고, 상대 배우들과 치열한 상의 끝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보셨던 분은 많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새로 보시는 분들한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고요. 수위를 좀 높였어요. 지난해에는 사실 따라가느라 바빴는데 이번 시즌에는 브래드들끼리 디테일 전쟁이 있을 정도로 많이 고민하고 만들었어요."
브래드와 자넷은 무대 퇴장이 없는 탓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진태화는 디테일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저한 약속을 지키는 것과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이야기와 캐릭터 특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약속된 연기와 자유분방한 연기를 넘나들고 있다.
진태화는 '록키호러쇼'에 대해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항상 멋진 귀족, 모범생 같은 느낌의 역할을 많이 했는데 처음으로 발랑 뒤집어진, 지질하고 너드한 역할을 처음 맡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처음엔 멘붕이었는데 톤을 잡아가니 나 자신을 내려놓고 재밌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저번 시즌에 (백)형훈이한테 '어떤 작품이야?' 물어보니 '관객도 재밌지만 배우들이 하면 더 재밌는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는데 하고나니까 형훈이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됐어요. 배우들이 극 안에서 재밌는 디테일을 찾아갈 수 있는 공부가 되더라고요."
디테일을 찾아가니 연기적으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나 스스로 내 연기가 밋밋하다고 느껴서 개성을 살리는 연기를 하고 배워야 되겠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전한 진태화는 "'록키호러쇼'를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디테일은 곧 캐릭터를 살려주는 것이다보니 진태화가 가져다 주는 브래드의 매력이 또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캐릭터가 가져가는 게 큰 것 같아요. 열려 있는 작품이다보니 관객들도 열려 있죠.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지만 사실 실수를 해도 관객들이 '괜찮아' 할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실수하는 부분에서 더 재밌어질 수 있는 거 있잖아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극이다 보니 시도해볼 수 있는 게 많아요."
진태화는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지하고 슬프고 안쓰러운 캐릭터만 하다 관객들을 웃길 수 있는 역할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는 것.
"'내가 이렇게 웃길 수 있구나' 느껴요. 의상적으로도 가터벨트도 입고 하니까 제겐 새로운 시도고요. 처음엔 상당히 민망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가터벨트 차고 쩍벌로 앉아있더라고요.(웃음) 처음엔 '어떡해' 이러다가 이제 제가 다른 뉴캐스트들한테 '괜찮아, 적응되면 괜찮아져'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어느 순간 많이 풀어지고 내려놓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하하. 정말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어요."
처음 시도해보는 것은 가터벨트 뿐만이 아니다. "남자와의 베드신도 처음"이라며 호탕하게 웃은 진태화는 "이번에는 상당히 수위가 높아졌다. 자세가 달라졌다. 관객 분들도 그 장면이 되면 '어후~' 이러신다. 이런 신들도 처음 연습 때는 진짜 민망했는데 점점 내가 내려놓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연습실에서 많이 실험해보고 시도해보면서 제 자신도 달라진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이 시도 해보고 싶고요. 사실 욕심은 많이 생기지만 뮤지컬은 약속이 중요하니까 너무 표출하진 않고 어느 정도 변질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해보려 해요."
'록키호러쇼'를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스펙트럼도 넓어지다 보니 다른 작품에도 더 큰 열정이 생겼다. 특히 오디션이 발표된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 역은 진태화의 도전 의식을 더욱 자극시킨다. "정말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데 지금은 특히 '킹키부츠' 찰리 역이 너무 하고싶어요"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많이 내려놓고 싶어요. '록키호러쇼'를 통해 이번에 많이 내려놓고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 그런 만큼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이번 '록키호러쇼'에서는 숨은 디테일 찾기를 관전 포인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보고 또 봐도 재밌는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시간 130분.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진태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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