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세한 변화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2일 인천 SK전서 다소 의아한 선택을 했다. 1-10으로 뒤진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8회말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차재용을 교체하는 것 자체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건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가 우완 구승민이었다는 점이다. 구승민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서 ⅔이닝 무실점 한 뒤 사흘 연속 쉬었다. 그러나 구승민의 보직은 마무리다. 최근 박진형과 더블스토퍼를 구축, 사실상 무게 중심을 넘겨줬다. 그래도 여전히 롯데 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 중 한 명이다.
SK 염경엽 감독은 구승민이 사흘 정도 쉬었으니 투구 감각 점검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으로 이해했다. 롯데 양상문 감독 역시 똑같은 설명을 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양 감독은 "새롭게 준비하는 구종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구승민의 주무기는 포크볼이다. 포심과 포크볼 조합으로 시즌 초반 마무리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5월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다. 6월 20일 대전 한화전서는 결정적인 두 차례 폭투로 대역전패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구승민은 사실상 박진형을 보좌하는 '마무리 플랜B'로 뛴다.
양 감독은 "새롭게 준비하는 구종을 실전서 확인할 필요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구승민은 단 2개의 공(초구 포크볼, 2구 포심패스트볼)으로 대타 박정권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체크하기에 2개의 공은 부족했다.
구승민은 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미세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도 '한번 바꿔보면 어떻겠냐'라고 했다. 구종을 바꾼 게 아니라 그립을 바꾸고 있다. 사실 공인구가 조금 커지면서 공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구승민의 설명에 따르면, 포크볼의 그립을 잡는 중지와 검지의 간격을 좁혔다. 사실상 스플리터에 가깝다. 두 구종은 사람으로 치면 '사촌'이다. 말 그대로 미세한 변화지만, 통상적으로 스플리터는 포크볼보다 낙차가 작고 스피드가 조금 더 빠르다.
구승민은 "그날 대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립을 바꾸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폭투를 의식한 게 아니라 자신의 롱런을 위해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스플리터가 팔꿈치에 부담이 조금 덜 가는 것도 사실이다.
구승민은 "간격을 좁게 하면 공의 각이 좁아지면서 스피드가 좀 더 나온다. 공이 손에서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실전등판을 했다. 새로운 그립이 익숙해지면 기존 그립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마무리투수지만, 비중은 조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구승민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롱런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훗날 2일 던진 2개의 공이 구승민과 롯데 불펜에 중대한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수 있다.
구승민은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원래 마무리투수도 아니었고, 기회를 잘 잡았을 뿐이다. 크게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대전에서의 일 역시 경기의 일부분이다. 꼬였다고 해야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구승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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