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위기의 남자’ 신분에서 벗어난 세스 후랭코프(두산). 이제는 여유를 찾고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투구를 선보여야 한다.
후랭코프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3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한다. 최근 경기였던 1일 창원 NC전에서 3⅔이닝 2실점으로 4경기 연속 조기 강판됐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래도 모처럼 자기 공이 나왔다. 남은 시즌 계속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교체 위기에 직면했던 후랭코프의 생존을 알렸다.
지난해 다승왕(18승) 후랭코프가 돌연 ‘위기의 남자’가 된 건 부상 때문이었다. 5월 17일 인천 SK전서 6회까지 투구수가 63개에 불과했지만 어깨 이두건염으로 마운드를 넘겨야했다. 이후 사흘 뒤 1군서 말소됐고, 당초 한 차례만 로테이션을 거를 것이란 예상을 깨고 한 달이 넘는 장기 재활을 거쳤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 어깨 부위를 다친 탓에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져 복귀가 더뎌졌다.
약 40일 만에 1군으로 돌아왔지만 경기운영능력이 예전만 못했다. 복귀전이었던 6월 29일 잠실 롯데전서 3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 7월 5일 잠실 SK전(4이닝 6실점)과 16일 잠실 KT전(2이닝 4실점)에서 연달아 조기 강판됐고, 올스타 휴식기 재조정 시간을 가졌지만 1일 창원 NC전에서도 3⅔이닝(2실점)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복귀 후 4경기 기록은 3패 평균자책점 10.80(13⅓이닝 16자책점)이다.
김 감독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과욕’을 꼽았다. 불안한 입지 속 마운드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에 볼이 많아지고 템포가 빨라진다는 분석이었다. 1일 NC전 등판을 지켜본 김 감독은 “구속과 구위는 예전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어쨌든 거듭된 부진에도 이제 큰 부상이 없는 한 가을야구를 포함 KBO리그서 온전히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됐다. 이날 KT전에선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투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만, 생존 확정 뒤 첫 경기가 KT라는 게 껄끄럽다. 후랭코프에게 KT는 다승왕을 차지했던 지난해부터 천적이었다. 2018시즌 3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24로 흔들렸고,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피홈런(4개)을 헌납했다. 올 시즌 역시 7월 16일 잠실에서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기억이 있다. 여기에 팀도 올해는 KT만 만나면 맥을 못 춘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스윕패를 포함 상대 전적 4승 8패 열세에 처해 있다.
두산은 전날 한화전에서 마무리 이형범의 8회 조기 투입 승부수가 실패로 끝나며 충격의 5-7 역전패를 당했다. 일부 필승조의 휴식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랭코프가 이날마저 조기에 마운드서 내려간다면 승부가 또 힘들어질 수 있다. 압도적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지난해와 달리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기에 향후 판도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생존에 성공한 후랭코프가 다시 여유를 갖고 다승왕의 면모를 뽐내야 할 때다.
[세스 후랭코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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