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윤가은 감독이 영화 '우리들'(2016)에 이어 신작 '우리집'으로또 한 번 충무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견고하고 확장된 세계관을 펼치며,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안겼다.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에도 윤가은 감독의 주특기인 '아이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가족의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따스한 영상미로 펼쳐내며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술예술대상 등 국내외 30개 이상 트로피를 휩쓸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출자로 떠오른 윤가은 감독. 하지만 그는 "장편 영화를 꾸준히 한다는 게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며 작품 한 편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장편 영화 개봉이 가능할지, 몰랐어요. 전속력으로 빨리 달리자는 마음이 컸죠. 그때보다 지금이 더 많이 떨리고 진짜 영화를 처음 내놓는 기분이에요. '우리집'은 처음이라서 해주시는 대로 가다 보니까 '우당탕탕 좋은 일이 많이 지나갔네' 하는 얼떨떨한 느낌이었어요. 그 경험을 한 번 한 상태니까, 지금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알게 된 다음에 개봉을 맞이하는 게 또 다르네요(웃음)."
윤가은 감독은 "훌륭하고 좋은 감독님들도 한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걸 많이 봤다. 조건이 다 주어져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저 역시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왔다"라며 "그래서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이 개봉한 게 천운 같고, 너무 놀랍다"라고 감격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우리집'엔 윤가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바, 그 세계관에 담긴 진정성과 내면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이 돋보이며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는 "'우리들'과 '우리집'은 같은 얘기일 수도 있고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할 수 있는 걸 더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것 안에서 넓혀 나가본다면 어떤식으로 가야 할까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연이어 아이들을 조명했다고 하지만, 곧 '나'를 관통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서 뭉클한 위로를 느끼게 한다.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아픔에 무던해진 모든 '어른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을 발휘한다.
윤가은 감독은 "어린시절이 각별한 기억이라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이라서, 그 안에 있는 걸 꺼내려 하는 것 같다. 그 시절을 충분히 소화하지 않았고, 여전히 남아 있기에 틈틈이 들여다보고 있는 거다"라고 전했다.
그는 "가족이란 사회의 기초 단위이지 않나. 그런데 그 가족의 상태는 끝없이 변화하고 나도 달라지고 성장한다. 성인이 돼서도 계속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가 참 재밌고 수수께끼처럼 느껴진다. 저마다 크고 작은 고통들이 다 있고, 모른 척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그런 상황을 같이 겪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렇기에 실제 마음, 문제 안에서 본인은 어떤 과정을 겪어나가고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돌파하는지 그 과정을 꼭 집중하고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런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진정성을 드러냈다.
'우리집'이라는 제목에 대해선 "추상적인 말이지만 동시에 개념이 잡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을 떠올릴 때 기본적으로 갖는 이미지가 긍적적인데 비단 실제 우리집을 말할 때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 않나. 부정적인 마음도 있다. 우리 영화 자체도 긍정적인 것과 반대되는 상황에 놓인다. 이렇게 다양한 측면을 담고 있기에 '우리집'이라고 지었다"라고 말했다.
선이, 지아, 보라, 윤이까지 반가운 '우리들'의 4인방 캐릭터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고, 선이 엄마를 맡았던 배우 장혜진의 깜짝 출연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에 대해 윤가은 감독은 "한 번만 등장하는 단역들도 버려지는 존재가 아니었음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들' 배우들의 특별 출연을 생각했고, 등장하면 배역 이름을 그대로 갖고 오는 게 좋겠다 싶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어떤 효과, 팬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한 시기를 격렬하게 보낸 아이들이 어떻게 컸을지에 대한 질문이 '우리들'을 보신 관객분들에게 남아있을 것 같아서였다. 저도 감독으로서 이 친구들이 이렇게 컸구나 안심하게 되고 안도감을 갖고 말이다"라며 "'우리집' 속 유미(주예림)도 '커서 이렇게 자라날 거야'로 이어지는 의도였고, 바람이 담긴 부분이기도 하다. 격렬한 시기를 보냈다고 해서 사람이 그렇게 쉽게 망가지진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모두 결과적으론 희망을 생각하면서 만든 거다"라고 얘기했다.
"지금도 어른이라고 생각하면 어색하다"라는 윤가은 감독. 그는 "아직 아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아이들과 말이 통하고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더 많이 들어가면서부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돼서 스스로 함부로 판단하게 되더라"라고 성장통을 전하며 공감을 더했다.
그는 "'내가 이랬으니까, 이럴 거야' 하며 개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묶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깜짝 놀란 점이 많고 반성하게 된다. '다시 잘 해야지' 그런 발견의 과정을 겪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싶고, 벽이 없던 내가 벽을 치는데 안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도 하게 된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집'은 어떤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하기엔 힘든 영화라는 생각이다. 각자 깊이 이입할 수 있는 등장인물, 포인트가 다양하게 있다는 점에서 연인이 같이 볼 수도 있고 친구끼리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모두 가족이 있고 다양한 감정과 문제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같이 살펴보고 웃기도 하고 같이 공감도 하고 하나의 장을 마련하는,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도 꾸준히, 여러 주체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윤가은 감독은 '소공녀' 전고운 감독, '벌새' 김보라 감독 등과 같이 충무로의 미래를 이끄는 보기 드문 여성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신인이라서 아직 발걸음을 떼고 있는 중이라 모르는 게 많은데, 카테고리가 같이 엮어 언급이 되는 게 무척 기분이 좋다. 알 수 없는 저만의 동지 의식이 느껴지기도 하고, 같이 언급되는 여성 감독들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낀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윤가은 감독은 "저도 '우리들'을 찍기 전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반응들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아이들 이야기는 재미없다고, 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될만 한 이야기를 하라고 말이다. 저도 다른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안 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한 거다"라며 "저조차 영화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 영화 너무 좋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누군가는 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증거1' 정도는 얻어가실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웃어 보였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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