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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종규한테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을 것이다."
김상식 감독이 인천 4개국 초청 국제농구대회 기간 벤치에서 가장 많이 외친 이름은 '김종규'였다. 김 감독은 27일 앙골라와의 최종전 직후 "작전타임을 불러서 얘기하는 것보다 잘못된 부분을 그때그때 지적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이 김종규를 많이 언급한 건 그만큼 김종규의 플레이에 수정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냉정히 돌아오면 김종규가 이번 대회서 보여준 건 많지 않았다. 3점슛을 몇 차례 꽂으며 슛거리를 늘린 사실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25일 체코전 직후 김종규에게 "분발해달라"고 했다. 김 감독의 '분발'은 김종규의 약점과 궤를 같이 한다. 골밑에서 좀 더 터프한 몸싸움을 통해 수비와 리바운드를 하고, 득점에도 적극적으로 가세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김종규는 좋은 빅맨이다. 운동능력은 KBL 토종 빅맨 탑클래스. 속공가담 및 마무리 능력이 상당히 좋다. 프로 생활을 하며 중거리슛 정확도도 점점 끌어올렸다. 외곽수비력도 향상됐다. 지난 시즌에는 블록슛 능력도 끌어올렸다. 이젠 3점슛까지 던진다. 오픈에선 비교적 깔끔했다. 김상식호의 가장 믿을만한 옵션, 얼리오펜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파워가 강력한 편은 아니다. 몸싸움에 능하지 않다.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다. 리투아니아, 체코 포워드들을 상대로 쉽게 골밑에서 좋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제무대, 특히 세계레벨에서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골밑에서 버텨주고 공격옵션을 창출해야 할 빅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남자농구의 현실. 김종규의 약점은 곧 라건아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매끄럽지 않은 골밑 공략 기술까지.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를 상대로 골밑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이유였다. (물론 김종규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한국농구의 부실한 선수 육성시스템 및 미흡한 행정의 문제 등이 겹쳤다)
현실적으로 김종규가 하루아침에 약점을 보완하는 건 어렵다. 또한 김종규 정도의 연차와 나이에 스텝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일단 김종규의 기를 살리고, 장점을 적극 살려주려고 한다. 4개국 대회서 김종규를 선발로 넣고 이승현을 백업으로 기용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승현이는 언제 들어가도 제 몫을 한다. 김종규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김상식호는 29일 월드컵이 열리는 중국으로 떠난다. 공수에서 킬러콘텐츠가 마땅치 않은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다. 더구나 빅 라인업에서 1~3번을 오가는 최준용이 어깨에 부상, 월드컵에 정상 컨디션으로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다. 미스매치를 최소화하려면 빅 라인업 사용은 필요하다.
빅 라인업은 공격에서도 최준용을 앞세워 기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4개국 대회서도 잠깐 확인했던 부분. 최준용이 월드컵서 제대로 뛰지 못할 경우 트랜지션에 능한 김종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또 하나. 김종규는 월드컵서 상대 주전빅맨들을 막아야 하는 라건아의 파울트러블에 대한 부담도 덜어줘야 한다. 적극적으로 림 보호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라건아가 리투아니아전서 파울트러블에 걸린 뒤 빠지자 그대로 승부가 갈린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감독은 "종규가 더 잘할 것이다.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종규.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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