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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강경헌(45)에게 '배가본드'는 특별했다.
강경헌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해 취재진과 만났다.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지난 11월 2일 방송에서 12.8%(닐슨코리아/전국가구 기준)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배우 이승기, 배수지, 신성록, 문정희 등 화려한 출연진이 열연을 펼치며 극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가운데, 강경헌은 극중 사고의 시발점인 B357기 부기장 김우기(장혁진)의 아내 오상미 역으로 분해 역대급 악역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시청자들도 강경헌을 향해 호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강경헌은 이 모든 공을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돌렸다. 그는 "이 팀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레고 흥분됐다. 작가님들과 감독님 팀이 굉장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 오시지 않았나. 그런 팀들과 함께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고대를 하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나서부터 계속 설???라며 즐거워했다.
"워낙 감독님이 조용하고 굉장히 섬세하세요. 액션 팀도 너무 좋았고, 촬영 감독님도 더 많이 공부하시고 연구하셨는데, 감독님이 이걸 다 기다려주셨어요. 호흡이 굉장히 색다르면서도 즐거웠어요. '이게 예술하는 거지' 싶었죠. 덕분에 새로운 액션씬도 나올 수 있었어요."
특히 극 초반 오상미 캐릭터는 남편을 잃은 처연한 인물로 그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테러에 일조한 극악무도한 면모가 숨겨져 있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을 선사했다. '존앤마크사'와 국정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강경헌은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강경헌은 "디테일한 반전은 저도 이후에 듣게 됐다"며 "반전 있는 인물을 연기하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어느 정도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어려웠다. 진심으로 연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매회 계산을 했다. 몇 회까지는 아무도 모르게, 몇 회까지는 모호하게, 몇 회는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도록 나눴다. 수위 조절을 해나갔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남편 김우기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바뀌어버린 오상미의 모습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내 속까지 다 아는 남편과 만났을 때의 진짜 그 여자의 밑바닥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장 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질감이 생길까봐 수위를 조절했어요. 보는 분들이 어떻게 해석하실지 보면서도 불안했어요. 톤이 바뀌신 거라고 느끼실까봐 굉장히 궁금했고요."
제작 전부터 초대형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던 '배가본드'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11개월 간 제작했다. 100% 사전제작이다. 강경헌은 이와 관련해 "굉장히 길게 촬영을 했다. 사전제작은 처음이었다. 끝내놓고 보는 느낌은 굉장히 색다르더라. 오히려 촬영하면서 모니터를 계속 할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하면서 보게 됐다. 주변 배우나 감독님도 같다고 하시더라. 1년 간 길게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끝날 땐 굉장히 아쉽더라. 방송을 기다리게 됐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시청률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특히 강경헌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존엔마크사 제시카 리 역의 문정희와는 실제로 절친한 사이라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여자들끼리 싸우는 거 재미있지 않냐"라고 웃으며 말문을 연 강경헌은 "(문)정희랑 하고 나서 재미있어서 다음에는 제대로 액션하는 작품에서 만나자고 했었다. 안 다치려고 미리 준비했다. 멍석말이 같은 것도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가 있다. 근력이 있어야 덜 다칠 수 있지 않나. 많이 몸을 풀었다. 또 액션을 잘 짜주셨다. 충분히 리허설도 많이 했다. 제일 중요했던 게 '절대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된다'였다"라고 전했다.
인기도 체감 중이라고. 강경헌은 "체감 시청률은 30, 40%"라며 "넷플릭스에서 같이 배급되지 않나. 본방에서 시청률이 조금 덜 나와도 실제적으로는 그 정도일지 않을까 싶다. 제 지인 분들도 제가 그동안 해왔던 드라마들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계신다. 헬스장 같은 곳을 가서도 저를 쫓아와서 '너무 잘 보고 있다'라면서 응원을 해주신다. 이번 드라마는 제가 느끼기엔 굉장히 폭발적이다"라며 뜻 깊은 마음을 전했다.
지난 1996년 KBS 18기 탤런트(슈퍼탤런트 2기)로 데뷔한 강경헌은 드라마 '첫사랑', '용의 눈물', '야인시대', '태양의 남쪽', '대왕 세종', '대풍수' 등 꾸준히 연기해왔다. '상속자들', '구해줘', '키스 먼저 할까요', '프리스트' 등에도 출연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열정을 과시했던 바.
다채로운 스펙트럼 형성에는 강경헌의 진심 어린 고민이 자리했다. 그는 "장르별로 연기 패턴이 다르지 않나. 연속극, 미니, 영화, 연극 등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 그래서 할 때마다 기대감이 있다"며 "사실 저는 제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계산적으로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다. 그걸 아주 어렸을 때 깨닫고 포기했다. 계산하려고 할 때마다 모든 게 막혀버렸다. 영리하지 못한 걸 인정하고, 소처럼 열심히 하자고 결심했다. 즐겁게 해나가자는 마음을 딱 먹었다. 20대 후반 정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 식대로 가자고 생각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배우로서 힘든 적도 많았어요. 제가 원하는 목표와 꿈까지 가는 길에 빛이 보이지 않을 때요. 30대 중반까지 그랬어요. 그 땐 제가 나이가 꽤 많다고 생각해서 조급해졌죠.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하면 '강경헌' 자체가 성공하지 못하고 망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로서의 가치만이 제 가치라고 생각했고요. 일이 없거나 연기가 잘 안 됐을 때는 숨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내 일부분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 노력했어요. 혹시 배우로서 잘 안 되더라도, 강경헌 존재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연기를 잘하지 못할 때나, 잘할 때나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등장해 청순한 매력을 발산, 구본승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강경헌이라는 본래의 모습이 너무 강해서 오상미를 볼 때 불편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살짝 하긴 했다. 하지만 너무 다행히도 시청자들이 오상미와 강경헌이 동일인물이라고 생각을 못 하신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좋은 건지 몰랐다. 다 알아주면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불타는 청춘' 멤버들도 되게 낯설어해요. 제가 배우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냥 프로그램에서는 철없이 밥이나 먹는 강경헌으로만 보지 않았겠어요?(웃음) 드라마에서 진지하게 나오니까 낯설어하더라고요. 좋다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줬어요."
'배가본드'로 다시 한번 무한한 연기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입증한 강경헌. 차기작은 정해졌냐는 질문에 조심스레 말을 아끼더니 "이제는 대본이 조금 더 넓게 들어온다. 이전에는 카리스마 있고 욕심 넘치는 캐릭터들이 주로 들어왔다면, 밝은 캐릭터들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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