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배우 나문희의 힘으로 특별해졌다.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는 홀로 살고 있는 72세 말순(나문희)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가 돌연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휴먼 드라마다. 유쾌한 포스터, 예고편으로 올 겨울을 책임질 한바탕 소란스러운 코미디를 예감케 하지만 눈물, 콧물 쏙 빼는 가족극이다.
2000년대 초반 부산의 한 달동네에 살고 있는 말순은 동네 이웃들과 소소하게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이러한 말순 앞에 오래 전 집을 나간 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공주가 찾아온다. 공주의 품에는 엄마, 즉 말순의 딸의 유골함이 있었고 등에는 갓난아기가 업혀 있었다. 졸지에 두 명의 가족이 생겼지만 말순은 거리낌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시작한다. 빈곤 탓에 유복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서로의 전부가 돼 온전한 가족이 되어간다.
극 초반 유쾌한 코미디에 집중했던 '감쪽같은 그녀'는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전형적인 신파조로 흘러가며 관객들을 울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할머니와 손녀의 우당탕탕 가족극. 스토리도 예상 가능한 전개라 새로울 것이 없다. 조손가정, 치매 노인, 가정 폭력 등 통속적으로 쓰이는 소재가 한데 뭉쳐 강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연출도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악역 하나 없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잦은 배경음악의 사용, 반복적인 슬로우 모션 등으로 끌고간다. 이는 관객들을 자연스레 극에 이입하도록 돕기보다 억지로 잡아끄는 것에 가깝다. 장면 전환 역시 부자연스러워 몰입을 끊어낸다.
그럼에도 관객들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말순을 연기하는 배우가 나문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허인무 감독은 나문희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하는데, 이 때 스크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문희의 눈이 짙은 호소력을 가진다. 녹록하지 않은 순간순간을 살아온 말순의 72년 인생이 단숨에 머릿속에 펼쳐지며 마음을 울린다. 하나의 주름도 숨겨놓지 않은 나문희의 맨 얼굴은 담백하지만 그 어떤 장치보다도 강하다. 나문희는 지극히 평범한 대사도 감정을 뭉쳐 뱉어내며 극을 주무른다.
김수안과 선보이는 아옹다옹 케미는 세월의 차를 무색하게 만들며 일말의 쾌감까지 안긴다. 김수안은 애어른 캐릭터인 공주를 곧잘 소화해냈다. 공주의 친구들을 연기한 임한빈, 강보경도 놀라운 연기력으로 웃음을 책임지며 특별출연한 천우희는 공주의 담임교사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러닝타임 104분. 12월 4일 개봉.
[사진 = 메가박스(주)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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