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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데뷔 15년 차, 배우 겸 가수 이승기(32)는 여전히 목마르다.
최근 이승기는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종영을 기념해 취재진과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 숨겨진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쳐가는 첩보 액션 멜로.
제작 기간만 약 1년. 제작비는 250억 원이 투입된 SBS의 2019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배가본드'는 대형 블록버스터물 다운 스케일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한 스토리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시즌2를 염두한 듯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마지막회는 1부 9.3%, 2부 11.7%, 3부 13.1%(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이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배수지, 문정희, 신성록, 이경영, 문성근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은 이 드라마에서 이승기는 스턴트맨 출신 차달건을 연기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동생을 잃은 뒤 그 진실을 파헤치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인물로, 전면에 서서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유인식 감독과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제안으로 지난 2017년 군 전역 직후 '배가본드' 촬영에 돌입한 이승기는 "그 전에는 사실 액션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군대를 특전사로 가게 돼 운동을 많이 했다. 그 때의 자신감이 남아있어서 믿음 아래 '배가본드'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제가 배운 훈련들을 작품할 때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실제 '배가본드'에서 특공무술도 나왔다. 어쨌든 차달건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액션적인 부분은 적당히 힘을 줬다"라고 말했다.
이승기의 설명처럼 차달건은 국정원 요원도, 용병도 아닌 스턴트맨 출신의 민간인일 뿐이다. 그러나 극중 차달건은 국제 조직의 매서운 용병들도 늘 따돌리며 역대급 능력치를 자랑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기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현실의 능력치보다 과할 때 빛이 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도 그렇지 않나. 달건이가 특전사 출신의 스턴트맨이다. 그래서 웬만한 요원보다는 몸은 잘 쓸 거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우월하다고 했다. 어떻게 한번도 총을 안 맞았냐고 하는데 운이 좋았던 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배가본드'의 최대 강점은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액션씬이었다. 촬영하면서 안전을 위해 기도까지 했다던 이승기는 "액션씬이 굉장히 다양했다. 맨몸, 카체이싱, 폭파 등 한 드라마에서 담기 힘든 것들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저도 진지하게 액션은 처음 해본다. 사고라는 게 어디서 날지 모르는 것이지 않나. 특히 특수장치를 사용한 폭파씬은 사전에 리허설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하며 "전 사실 되게 뻣뻣한 편이다. 그래서 더 민첩해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유연하지 않아서 상당히 빠르게 보이는 것 같다. 그게 장점이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 전부터 남다른 스케일을 예고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던 '배가본드'다. 특히 '전역한 이승기가 선택한 첫 작품'이란 수식어는 화제를 더했다. 이에 대해 이승기는 "제작비를 떠나서 이번 작품이 제게 많이 중요했다. 전역하고 나서 다른 이미지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도전작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게 있다. 원래 제가 가졌던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이미지를 넘어 '액션도 되네' 하는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 같다. 사실 제작비는 제가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 위치에서 큰 작품이고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차달건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워요. 우리가 처음에 목표했던 것의 반은 이룬 것 같아요. 용두사미 스타일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 액션 시퀀스를 보여줬어요. 저희의 목표가 '대작다운 느낌', '한국 드라마의 퀄리티가 엄청 나네'라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었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선 이견이 없는 것 같아요. '돈 다 어디 썼어' 하는 이야기는 안 들어요.(웃음) 저희끼리도 술 한 잔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미드(미국드라마) 같다'고 해요. '배가본드'도 넷플릭스로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데, 누군가 접하게 된다면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계기를 만들게 돼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이승기만의 연기 연습 방법도 궁금해져 물으니 그는 "가끔 거울을 보면서 내 표정을 기억하려고 한다. 제 감정과 얼굴 표정이 일치하게끔 하려고 한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그냥 일상생활에서도 감동을 받았다 싶으면 그 표정 그대로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말을 하다가도, 상대에게 어떤 느낌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도 의식한다. 영상 촬영은 못 한다. 영상 촬영하려고 하다가 느낌이 다 깨지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하더니 직접 재연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처럼 인터뷰 내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던 이승기는 연기자이기 전에 가수이며 연예 대상까지 거머쥔 예능인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대중은 '만능 엔터테이너'라 부른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매 작품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 배우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이승기는 "예능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늘 안고 가는 부분이다"며 "나는 예능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도약을 하게 됐던 계기가 예능 '1박 2일'이다. 연기를 더 하고 싶다고 해서 '이제 예능 안 하고 배우만 하겠다'는 것도 어색하다. 피할 생각은 없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세 가지를 다 가져가는 엔터테이너 같은 느낌의 연예인도 있으면 좋지 않겠나. 요즘은 모든 사회가 컬래버, 크로스다. 원웨이(One way)로만 가는 시대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연예계 대표 '엄친아 이미지'란 타이틀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데뷔 이래 단 한번의 논란도 허용하지 않았던 이승기는 "일단 운이 좋은 것 같다. 저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착하고 바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싶으신 것 같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일과 책임은 지고 살자는 마음이다. 기본적으로 겁이 많다. 그래서 조심하는 게 많다. 그런 것 때문에 조금 더 잘 돌아서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사실 자기관리도 저보다 더 빡세게 하시는 분들이 많다. 저는 완전히 놔버리지 않는 정도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늘 가진다. '집사부일체'에서 박진영 선배 보니까 그렇게 사시는 분들도 있구나 싶더라.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완전 막 사는 거다"라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이런 이승기에게도 슬럼프는 꾸준히 찾아왔다. 이승기는 "밖으로는 안 드러나는데 어느 적정 시기에 계속 온다. 데뷔하고 나서 한 번, '1박 2일' 전에 한 번,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라고 고백하며 "그런 건 늘 오고, 또 버티고, 시간이 지나 이겨내는 것이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뭔가를 크게 잘못해서 오는 게 아니다. 기다리고 버티다 보면 하나의 업그레이드처럼 지나가게 된다"라고 극복 방법을 전했다.
"과거는 과거에요. 잘 됐을 때의 영광이 제 가슴 안에 남아있지 않아요. 그저 추억할 뿐이죠. 항상 늘 도전하는 자세로 성취하고 싶어요. 명확한 목표는 없어요. 저는 항상 '제로세팅'에서 시작해요. 저도 지치지 않는 게 신기해요. 저는 이걸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장 생활하면서 프로젝트 하나 다 했다고 관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는 제 나이와 연차에 맞게 보여줘야 할 게 있는 것 같아요. 나이에 맞게 열정도 다르게 변해요."
특히 이승기는 온라인상에서 유행했던 '이승기는 자연재해도 피해가는 사주' 게시글도 직접 봤다며 "희한하게 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요 몇 년 간 태풍을 한국에서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얼마 전에 제주도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어놨는데 폭우로 결항이 되더라. 100%는 아니구나 싶다. 날씨 운이 좋은 건 맞는 것 같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사주는 전혀 아니라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 전쟁을 피해가고 그러는 건 아니다. 거기에 의지하시다가 크게 상처받으실 것 같다"라고 농담도 덧붙였다.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은 이승기는 '배가본드' 종영과 동시에 당분간 휴식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잘 쉴 거다. 여행도 가고. 2019년 너무 많이 달려왔다. 그리고 12월 말에는 예비군이 있다"라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웃음을 선사했다.
"요새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내려놓음이 필요해요.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도전하고 싶었고, 나의 실력 등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15년을 달려오다 보니까 아웃풋은 많은데 인풋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욕심내지 말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편, 이승기와 취재진이 인터뷰를 한 시점은 종영 약 일주일 전이다. 당시의 이승기는 마지막회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결방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고, 지금처럼만 잘 끝나면 좋겠다. 시청자 분들도 이탈 없이 잘 봐주시면 좋겠다. 15회, 16회 반전이 정말 엄청나다. 제가 봐도 지나칠 정도인데도 진짜 재미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사진 =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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