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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엠넷은 모두를 기만했다. 앞에선 시청자들이 '국민 프로듀서'라며 각종 직권을 부여하더니, 제작진은 뒤에서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프로듀스'(이하 '프듀') 시리즈의 안준영 PD가 순위 조작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전 시즌에 걸쳐 조작 정황이 발견된 가운데, 안 PD는 시즌3, 4의 조작을 인정했다. 일부 기획사로부터 유흥업소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외신까지 이번 조작 사태를 보도하는 등 전 세계적인 K팝의 망신이다.
'프듀'를 향한 시선이 여느 때보다 날카로운 이유는 엠넷의 태도에 있다.
제작진은 2016년 방송된 시즌1부터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했고, 101명 연습생들이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시청자들에 고개 숙여 호소하게 했다.
온라인 투표, 평가곡 매치, 최종 문자투표 등 중요한 권한은 마치 '국민 프로듀서'의 손에 모두 넘긴 것처럼 보였다. 파이널 생방송 득표수까지 화면에 자막으로 보여주니, 시청자들은 애초에 조작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자신했던 제작진의 실체는 참담했다. 시청자들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 이루 형언하기 힘들다.
엠넷의 몰락은 자멸이다. 자타공인 '오디션 명가' 아니었나.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모두 엠넷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신뢰도를 추락시키며 엠넷은 '조작'의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
2020년 초 공개 예정이던 새 오디션 프로그램 '십대가수'의 편성을 연기했으나, 앞길도 깜깜하다. 추후 '십대가수'를 내놓는다고 해도 엠넷에 씌워진 지금의 '조작' 오명은 어떻게 지우겠단 말인가.
피해자는 명백하다. '국민 프로듀서'로 불리던 시청자들을 비롯해, 조작으로 빛 못 보고 탈락한 연습생들, 정당하게 노력해 겨우 데뷔의 꿈을 이룬 연습생들 모두가 피해자다. 아이즈원, 엑스원은 '조작 꼬리표'를 달고 팀이 해체의 기로에 섰다. 세계를 호령하는 아이돌이 되길 바란 팬들과 멤버들 모두 일부 어른들의 욕심으로 그 꿈이 사라질 위기인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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