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전태풍(39, 180cm)의 매력이다. 어눌한 말투지만 할 말은 해야 하고, 능구렁이처럼 너스레를 떨며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분명 전태풍은 코트 밖에서도 매력이 많은 선수다. ‘선수 전태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기자이기 전에 KBL 팬으로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만, 사실 전태풍의 코멘트는 맞춤법을 기준으로 보면 틀린 부분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전태풍 특유의 화법을 전달하기 위해 심의에 걸리는 표현 정도만 제외했을 뿐, 나머지는 가감 없이 기사에 담았다. 그게 전태풍의 인터뷰 기사를 클릭한 독자들도 기대하는 바일 터. 기사는 오타가 아닌, 전태풍이 말한 날 것 그대로의 코멘트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것을 미리 알린다.
-최근 크로스오버 이후 득점하는 장면을 보며 감각이 많이 회복됐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직 살아있어. 너무 좋았어. 그전까지는 움직일 때 조금 이상했어. 감도 못 잡고. 자신감 없었는데 크로스오버 잘 되면서 ‘오, 나 됐어. 감 잡았어’ 생각했어. 던질 때 ‘들어갔다’ 생각했어. 100%. 지금 컨디션은 70~75% 정도? 왜냐면 감 더 잡아야 되고, 게임리듬도 찾아야 돼. 근데 햄스트링은 전혀 문제없어.”
-하지만 KCC전에서는 터무니없는 에어볼이 나왔잖아요.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은데?
“너무 욕심이야. 너무 창피했고, 기분 안 좋았어.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어깨, 몸에 힘 들어간 것 같아. 다음에는 진짜 내 스타일대로 할 거야. 에어볼 안 나와. 근데 이겼어. 뭐, 이겼으니까 그걸로 됐어.”
-문경은 감독에 따르면,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지만 그날은 경기 전에 굉장히 비장했다던데?
“그게 잘못된 거야. 원래 내 성격 아니야. 장난치고 프리하게 해야 돼. 너무 잘하고 싶어서 마음만 급했어.”
-최근 친정팀인 KCC 경기력은 어떻게 보셨나요?
“트레이드 전까지 느낀 거는 수비 열심히 하는 팀이었어. 딱 전창진 스타일. 열심히 수비하는 거. 많이 움직이고. 지금은 시즌 초반이랑 색깔 많이 달라졌어.”
-KCC는 의미가 남다른 팀이잖아요. 2015년 KCC, LG로부터 영입의향서 받았을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KCC를 선택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의리. 의리. KCC는 가족이었어. ‘KCC 다시 갈 수 있는 찬스 오면 무조건 가서 마무리해야지’ 마음 있었어.”
-그래서 비시즌 때 상실감이 컸을 것 같아요. SNS를 통해 KCC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올린 것도 화제였잖아요.
“마음 너무 아팠어. 솔직히 말하면 배신감? 배신자? 아, 배신감. 근데 SK 온 다음에 며칠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건 비즈니스야. 섭섭했던 거 다 잊었어. KCC한테 계속 삐쳐있으면 그거 남자 아니야. 나 남자야. 애가 셋이야.”
-김민수에게 문경은 감독의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했다고 들었어요.
“술 취해서 자유롭게 얘기했어. ‘감독님, 나 KCC 떠났는데 SK 가고 싶어요. 어때요?’ 하니까 무슨 소리냐고 했어. ‘KCC 나한테 잘못했어. SK 가고 싶어요’ 하니까 며칠 뒤에 전화할 테니 기다리라고 했어. 통화 짧았어.” * 김민수는 KCC 시절 전태풍에게 “KCC에서 은퇴하라고 하면 우리 팀 와서 한 시즌이라도 뛰자. 도와줄게”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선수다.
-SK 경기장은 NBA 느낌이 난다고 했잖아요. 직접 홈팀 선수가 돼 경기 치러보니 어때요?
“좋아. 분위기. 프런트 열심히 준비한 거 느껴져. 진짜 만족해. ‘팬들한테 더 잘해줘야 된다’ 생각 들어. 게으르다는 생각 드는 사람 아무도 없어. 진짜로. 다른 팀 있을 땐 조금 그런 사람 있었어. 근데 여긴 없어. 선수, 프런트 다 착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야.”
-1년 계약한 후 뛰고 있는데, 올 시즌 끝난 후 은퇴하겠다는 결심은 변함없는 건가요?
“응. 왜냐면, 나 개인적인 느낌이야. 나이 많고, 나 시간도 많이 지나가는 것 같아. (인생의)후반 미리 준비해야 돼.”
-은퇴 후 계획은 세웠어요?
“두 가지 있어. 첫 번째는 농구교실. 근데 요새 농구교실 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애들 어머님 너무 힘들대. 진짜 장난 아니래. 그 스트레스가 농구할 때보다 크대. 농구로 스트레스 받기 싫어. 두 번째는 방송. 하승진. (하)승진이처럼 할 거야. 승진이랑 벌써 얘기했어. 승진이가 길 예쁘게 만들어놨으니까 따라 오래. (해설위원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한국말 못해서 해설은 안 돼.”
-어쨌든 은퇴 후에도 계속 한국에서 살 계획이라는 얘기군요.
“계속 한국 있을 거야. 그건 100%.”
-KBL에서 10년이 넘게 뛰었어요. 이전에 뛰었던 리그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달라. 유럽에 있을 땐 선수들 다 성인, 남자야. 개인시간도 많고, 여유 되는 시간 있으면 체육관이랑 웨이트 트레이닝장가서 프로페셔널하게 운동해. 근데 한국은 대학생이야. 합숙하고, 눈치보고. ‘쓰레빠(슬리퍼) 신지마’, ‘청바지 입지마.’ 필요 없는 얘기 엄청 많아. 한국선수들은 얌전하게 있어. 근데 프로는 가슴 펴고 멋있게 해야지. 코트 안에서도 그래. 유럽선수들은 책임감 갖고 플레이해. 근데 한국농구는 선수들이 좀 쫄았어. 패스 빨리해야 하고, 공 피해 다녀. 그 부분이 제일 차이 커. 10년 전에는 더 심했어. 진짜로. 그래서 나 화났어. ‘야, 수비 안 해?’하면 ‘형, 저는 못 까요(?)’라고 그래. 나는 ‘우리 프로야. 까도 돼. 게임 끝나고 사과하면 돼’ 이랬어. 10년 전 비하면 요새는 많이 바뀌었어. 최준용 같은 또라이 더 많아져야 돼. 그러면 한국농구 문화도 조금씩 가운데로 올 수 있어. 밸런스.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죠. 100명 중 99명은 얌전하잖아요)그래. 이 팀에 그 1명 있잖아. 최준용. 진짜 또라이.”
-‘전태풍’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짓게 된 건가요?
“인천 사는 친척들 있어. 조카한테 물어봤어. 나 한국 이름 지어야 한다고. 그러니까 조카가 이름에 뜻 있어야 된대. 나는 한국에서 큰 바람 만들어서 다 바꾸고 싶다고 했어. 잘못된 거 고치고, 좋은 거 세워주는 목표 있었어. 15분 정도?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태풍 얘기 나왔어. 뜻 물어봤어. 타이푼이라고 해서 ‘아, 이거야’ 생각했어. 근데 조카가 사람 이름 아니래. 나는 상관없었어. 조금 특별한 이미지 만들고 싶었어. (다른 후보로는 뭐가 있었나요?)음…. 다 기억 안 나. 촌놈 이름 많았어. 하나 기억나는 건 철이. 오우…. 철이. 그건 진짜 아니야. 최악이야. 그런 식 촌놈 이름 많았어.”
-KBL에서 많은 선수와 뛰어봤잖아요. 최고의 국내선수, 외국선수를 1명씩 꼽는다면?
“웃긴 게 좋은 용병(외국선수)은 다 또라이야. 아이반 존슨. 나 아이반 존슨 진짜 좋아해. 그리고 데이본 제퍼슨, 트로이 길렌워터도 잘해. 봐봐. 다 또라이잖아. 국내선수는 처음 볼 때부터 김선형. 나 대학생 때부터 김선형 팬이었어.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죠)맞아. SK 아니었으면 (김)선형이도 말렸을 거야. 감독들이 ‘속공 무리하지마’라고 해서 재미없는 농구 했을 거야. 선형이는 SK 온 게 진짜 다행이야. (그렇죠. 지금도 플로터 못 던지게 하는 지도자들이 있어요)오우, 말도 안 돼. 지금 2020년이야. NBA 보면 센터도 플로터 쏴. 이제 그거 기본이야. 아, 이건 진짜 최악인데. 나도 한국 와서 플로터 없어졌어.”
-토니 애킨스는 그런 선수 아니었잖아요.
“나 한국 와서 플레이 스타일 바뀌었어. 그 부분 후회돼. 잘못 적응했어. 문태영, 문태종처럼 그냥 한국어 아예 안 배우고 ‘나 미국사람이야’하면서 모른 척하고 내 스타일대로 안 한 거 후회돼. 근데 좋은 거도 있어. 한국어 배워서 팬들이랑 가까워졌어.”
-가장 기억에 남는 1경기를 꼽는다면?
“KCC 우승했을 때. (아, 강병현 위닝샷!)그거 나가 패스해준 거야. 너무 좋았어. 아, 아니다. 그거보다 기억나는 거 따로 있어. 나 KBL 신인 때 모비스(현 현대모비스)랑 파이널 1차전. 그때 우리 15점 정도 이기고 있을 때 4쿼터 시작했어. 근데 뒤집어졌어. 그게 제일 기억나. 그 게임 이겼으면 우리가 우승했을 거야. 15점차를 어떻게 져? 아, 진짜. 지금 생각해도 짜증나.”
-이제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응. 그게 꿈이야. 나중에 나이 먹고 애들한테 웃으면서 마지막 게임 얘기해주고 싶어. (백넘버도 3번, SK의 올 시즌 목표도 V3예요)아, 그거 생각 못했어. 이거 좋은 이미지인데. 진짜 그렇게 은퇴하고 싶어. 우리 팀 최고야. 후회 없이 은퇴하고 싶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전지훈련까지 소화했지만, 결국 최종명단에 포함되진 못했어요.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진짜 아쉬워. 한국 온 첫 번째 이유가 대표팀이었어. 룰 때문에 완전 깨졌어. 근데 이해했어. 왜냐면 그때 유재학 감독님 색깔 있었고, 혼혈선수는 1명만 뛸 수 있었어. 우리 팀 키가 다 작아서 이승준 형 뽑아야 한다고 했어. 나 이해해. 근데 나한테 1년만 맡겨줬으면 대표팀에서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어. 이건 확실해.”
-한국에 온 후 많은 감독들을 경험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을 꼽는다면?
“허재 감독 너무 좋아. 자유롭게 해줬어. 체육관 밖에서도 재밌었어. 불만 있으면 다 얘기해줬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요즘 방송 나오는 거 보면 너무 웃겨. 허재 감독 너무 귀여워. 나도 나이 먹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 진짜 재밌는 사람이야. 추승균도 사람 좋아. 근데 주위에서 이런저런 얘기 너무 많이 해서 헷갈렸던 거 같아. 자기 스타일 헷갈렸어. 문경은 감독님이 제일 좋아. 진짜 제일 좋아. (어떤 면이요?)그냥 사람. 선수 마음 알아주고 허재 감독처럼 재밌어. 근데 허재 감독은 욕 살벌해. 허재 스타일 알아야 돼. 욕하면 좋아하는 거야. 싫어하는 사람이랑 아예 얘기도 안 해. 처음에 나 몰랐어. 싫어하는 줄 알았어. 몇 달 지나면서 알았어. 그런 스타일. 근데 문경은 감독은 모든 선수 좋아해. 애들이랑 게임도 하고, 피곤하면 쉬게 해주고 안 삐쳐. 누가 ‘힘들어요’하면 모든 감독들 쉬라고 하고 다음날에 훈련 더 시켜. 삐친 거야. 근데 문경은 감독은 그런 거 없어. ‘그냥 쉬어’, ‘몸 괜찮아? 그럼 다시 연습해.’ 끝. 그리고 솔직해. ‘태풍아. 너 이만큼 뛸 거야. 마음대로 해. 너 믿으니까 찬스면 쏴. 계속 안 들어가면 그때 뺄 테니까 그 전까지 걱정 말고 쏴.’ 처음에는 100% 못 믿었어. 그런 감독들 많이 봐서. 근데 문경은 감독은 ‘리딩 안 하면 너 뛸 필요 없어. 시너지 만들어야지’라고 했어. 몇 게임 뛰고 믿음 생겼어. ‘이 감독은 솔직한 사람’이라고.”
-김선형처럼 KBL에 데뷔했을 때 문경은 감독과 함께 했다면?
“나도 선형이처럼 살벌했을 거야. 진짜 장난 아니야. 애킨스 보여줄 수 있었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감독 있는 줄 몰랐어. KT에서 계약 끝났을 때 ‘아, 한국감독들은 다 똑같다. 코치도 다 똑같고. 은퇴하고 코치되면 똑같아진다. 모든 시스템 똑같다’ 생각했어. 근데 SK 코칭스태프는 괜찮아. (두 팔을 크게 벌리며)옛날에 기대 이만큼 했던 게 여러 팀 뛰면서 다 없어졌는데, 지금은 다시 조금 생겼어. (엄지와 검지를 약 1cm 벌리며)이 정도?”
-문경은 감독이 은퇴한 시즌(2009-2010시즌) 때 KBL에 데뷔했잖아요. 문경은 감독이 과거에 KBL 최고의 슈터였던 것은 알고 있나요?
“응. 인정. 가끔 몸 안 풀고 갑자기 공 던지는데 들어가. 3개 연속 넣어. ‘야, 이걸 왜 못 넣어?’ 이래. 그래서 ‘감독님. 나는 문경은 아니잖아요’ 이랬어.”
-KCC전 때였는데요. 문경은 감독이 계속 벤치에 있다가 막판 20초만 뛰고 역전 3점슛 넣었잖아요. 아이반 존슨에게 버저비터 허용해서 졌지만….
“나 알아. 그 게임. 감독한테 물어봤어. 20초만 뛰고 어떻게 슛 넣을 수 있냐고. ‘태풍아~ 그건 그냥 감이야’ 그랬어. 너무 간단하게 얘기하니까 짜증나. 에이 씨, 괜히 물어봤어.”
-충격적이었던 한국문화가 있다면?
“요즘은 없는데 처음 한국 왔을 때 있었어. 선수들한테 중학생들 맞으면서 농구했다고 들었어. 누가 내 아들 때렸으면 난 다 죽었어. 근데 부모들이 알고도 가만히 있었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 13살, 14살 애들이 맞는데. 충격이었어. 그 얘기 진짜 이해 안가.”
-예전 인터뷰 찾아보니 한국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게 충격이었다고 했던데?
“미국사람들은 아예 아시아 몰라. 중국사람이 개 많이 먹는다고 들었어. ‘그래. 그건 중국사람이야. 한국사람은 안 먹어’ 생각했어. 근데 와보니까 한국사람들도 개 먹어. 하, 진짜. (한참 동안 웃은 후)지금도 이해 못해. 야. 멍멍이를 어떻게 먹어. 멍멍이인데.”
-콘로우가 잘 어울렸는데 다신 못 보게 돼 아쉬워요. 다시 해볼 생각 없어요?
“나 이제 못해. 머리 다 빠졌어. 머리카락 민감해.”
[전태풍.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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