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떨 땐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는 선수가 제일 적어."
KBL, WKBL 선수들은 경기시작 1시간~1시간 10분 정도를 앞두고 코트에 모습을 드러낸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라커룸 미팅이 시작될 때까지 가볍게 슈팅을 하며 몸을 덥힌다. 결국 구단버스는 늦어도 경기시작 1시간 20분~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다고 보면 된다.
몇몇 선수는 그보다 더 빨리 코트에 나온다. 코치의 조언을 받으며(혹은 홀로) 슈팅훈련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팀에 그런 선수가 있다. 그런데 SK의 경우 경기시작 2시간30분전부터 현장에 도착해 슈팅훈련을 하는 선수가 있다. 이례적이다.
주인공은 올 시즌 3점슛 정확도가 부쩍 높아진 최준용이다. 문경은 감독은 "준용이가 보통 경기시작 2시간 반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다. 30분 뒤에 안영준, 최부경, 김선형 등이 도착하더라"고 말했다.
현재 SK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는 구단버스 외에 따로 승합차를 준비해 일찍 나가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이동시킨다. 문 감독은 "원정에선 승합차 한 대만 운용하지만, 홈에선 승합차 두 대를 준비한다"라고 했다.
즉, 홈 경기의 경우 슈팅연습을 위해 약속시간보다 일찍 출발하는 선수들만 두 그룹이라는 뜻이다. 문 감독은 "어떨 땐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는 선수가 제일 적다. 버스가 텅텅 빈다"라고 했다. 사실상 경기장 출발시간에 대한 약속이 의미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수들이 누군가의 지시로 경기장에 빨리 나오는 게 아니다. 문 감독은 개인훈련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시키지 않는다. 프로라면 알아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5~6년 전부터 그렇게 한 것 같다. 스스로 경기 전에 슈팅 연습을 많이 한다"라고 했다. 안영준은 "사실 내가 유행시킨 것 같다. 정규시간에 나오는 선수와 빨리 나오는 선수들의 비율은 5대5"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내가 슛이 제일 안 들어가서 걱정"이라고 했다.
사실 SK는 확실한 슈터가 없다. 그러나 3점슛 성공률 36.3%로 당당히 1위다. 다른 팀보다 빨리 경기장에 나와 슈팅연습을 하는 선수가 많은 덕을 봤다. 장신자가 많은 특성상, 안영준이나 최준용이 2~3번에서 미스매치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업을 해서 도움수비를 유발, 외곽으로 빼서 오픈찬스를 파생시킨다. 이때 3점슛 적중률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문 감독이 개인훈련을 밀도 높게 소화하는 최성원, 김건우 등을 적극 기용, 오픈 3점슛 옵션을 장착시킨 것도 성공했다. 문 감독은 백업 멤버들의 이름값이 떨어지더라도 묵묵히 땀을 흘리는 선수에게 확실하게 동기부여를 한다. 그는 "성원이나 건우 같은 경우, 비 시즌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경기장에 조금 더 일찍 나오는 선수가 많은 게 유별난 건 아니다. 슛은 연습량도 중요하지만, 밀도와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다만, 자발적으로 일찍 준비하는 선수가 많고, 그들이 건전하게 경쟁하며, 코칭스태프가 그런 모습을 캐치, 경기플랜에 반영하는 건 SK만의 좋은 문화다. '모래알 팀워크, 모래알 문화'는 정말 오래 전 얘기다.
[SK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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