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 없는 KT, 김윤태 향한 서동철 감독의 기대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나도 당황했다."

허훈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뒤, KT는 구랍 31일 LG전 직전까지 5연패에 빠졌다. 2대2에 능숙한 허훈이 이탈하면서 엄청난 손실이 있었다. 2대2에서 파생되는 미스매치를 감안할 때, 허훈의 이탈은 단순히 선수 한 명이 빠진 게 아니었다. 특히 허훈과 좋은 호흡을 과시하던 바이런 멀린스의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허훈이 KT를 2~3위권으로 끌어올릴 당시 최고의 조력자가 김윤태였다. 허훈과 마찬가지로 공격형 가드다. 물론 허훈보다 종합적인 파괴력은 떨어진다. (현재 스크린을 받은 뒤 스위치디펜스에 의해 자신보다 큰 선수에게 마크를 당할 때 허훈보다 뛰어난 대처능력을 지닌 토종 가드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KT는 김윤태를 KGC 시절부터 상당히 좋게 평가했다. 김윤태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박지훈을 내주면서 데려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트레이드는 여전히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건 김윤태가 허훈과 투 가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이다. KT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김윤태가 돌파로 상대를 흔들면, 허훈은 더욱 2대2를 쉽게 전개할 수 있었다.

다만, 상대 입장에선 허훈이 빠진 뒤 김윤태에게 좀 더 강력한 마크를 한다. 최성모도 좋은 선수지만, 김윤태의 부진까지 커버하긴 쉽지 않다. 김윤태는 최근 자신의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좋지 않은 플레이를 많이 했다.

비 시즌에 훈련량이 적은 약점도 투영됐다. 김윤태는 비 시즌에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하면서,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도 허리가 썩 좋지 않았다. 서 감독은 "훈련량이 적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어려움이 올 줄 예상했다"라고 했다.

KT의 2대2 옵션이 약화되면서, 세트오펜스가 뻑뻑해진 건 분명하다. 스크린을 이용한 공격의 최대장점은 미스매치 유발이다. 허훈은 스크린을 받자마자 풀업 점퍼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의 스위치 혹은 헷지를 유발하면서 수비 밸런스를 쉽게 무너뜨렸다. 현 시점에서 김윤태에게 그 부분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서 감독은 김윤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나도 당황했다. 당근과 채찍을 같이 주고 있다. 능력이 좋은 선수인데, 훈이가 빠지면서 부담을 많이 가진 것 같다. 지금의 아픔이 윤태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윤태에게 결국 훈련만이 답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구랍 31일 LG와의 농구영신 홈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24분44초간 10점 5어시스트 7리바운드 3스틸. 점수는 많지 않았지만, 공수에서 활동량이 많았다. KT는 캐디 라렌에 대한 트랩, 턴오버 유발에 의한 빠른 공격으로 재미를 봤다.

이때 김윤태가 징검다리 역할을 매우 잘했다. 빠른 공격을 전개하면서, 양홍석, 김영환, 김현민 등에게 질 좋은 패스 혹은 어시스트를 많이 전달했다. 리바운드와 스틸로도 팀에 기여했다. 현대농구는 역시 활동량이 중요하다. 허훈의 부재로 세트오펜스가 뻑뻑해진 상황. 속공과 얼리오펜스가 답이다.

속공과 얼리오펜스로 재미를 보려면 좋은 수비력과 리바운드의 상대적 우위가 뒷받침돼야 한다. KT는 수비조직력이 좋은 팀은 아니다. 팀 디펜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숙제다. 서 감독은 "윤태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부진을 이겨내려고 훈련도 많이 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보여지는 게 100%가 아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윤태.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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