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아, 저쪽(오리온)이 죽기살기로 나올 거예요."
KGC 김승기 감독의 불안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5일 오리온과의 원정경기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전날 부산 원정을 치르고 24시간만의 연속 게임이기 때문. 오후 3시 경기에 SK가 지면서 단독선두가 됐지만, 긴장을 풀지 못했다.
최하위 오리온은 잔여시즌 공수 활동량으로 승부를 걸었다. 가드진이 약한 특성상 세트오펜스로 재미를 보기 힘들다. 대신 베테랑 이현민과 김강선을 필두로 한호빈, 임종일, 최승욱, 신인 전성환까지 물량은 많다.
추일승 감독은 "힘이 들면 계속 멤버 교체를 해서 활동량을 유지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앞선에서 강한 압박을 하고, 지역방어를 섞으며 계속 수비 변화를 준다. 실수를 유발해 빠른 트랜지션으로 득점하겠다는 계획. 현실적인 구상이다. 또 이렇게 해야 국내선수들의 득점분포도를 넓힌다. 외국선수들의 떨어지는 클러치능력을 메우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KGC도 박지훈이 1번으로 많이 성장했다. 김 감독이 원하는 트랩 수비와 경기조율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변준형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박형철이 있고, 이재도도 곧 돌아온다. 박지훈이 순간순간 영리한 플레이를 하면서, 브랜든 브라운의 해결사 본능을 이끌어냈다. 박형철에게도 좋은 기회를 많이 제공했다.
그런데 오리온이 만만찮았다. 한호빈은 최승욱, 보리스 사보비치 등의 득점을 돕더니 직접 돌파와 중거리슛 3점포를 잇따라 꽂았다. 역시 가드가 득점력이 있어야 수비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 오리온의 취약 지점이 만회되면서, 스코어를 떠나 시원스러운 경기를 했다. 추 감독은 한호빈을 축으로 가드들을 풀가동하며 KGC에 맞섰다. 2쿼터 막판, 장재석이 툭 친 공을 임종일이 몸을 날려 공을 살린 뒤 장재석의 2득점을 도운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브라운은 확실히 클러치능력에서 사보비치나 아드리안 유터를 압도했다. 2쿼터 막판 왼쪽 코너에서 스텝백으로 따돌린 뒤 점퍼를 꽂는 장면이나, 중앙돌파를 하며 팔을 풍차 모양으로 휘감아 수비수를 제친 뒤 레이업슛을 올려놓는 장면 등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추 감독은 3쿼터 막판 흐름이 넘어가자, 베테랑 이현민과 베테랑 포워드 허일영을 잇따라 투입했다. 허일영은 작년 10월27일 전자랜드전 이후 2개월만의 복귀. 그동안 사타구니 부상으로 재활했다. 긴 시간 뛰기 힘들지만, 승부처에 투입, KGC에 부담을 안기는 전략. 이현민도 들어가자마자 두 차례 스틸과 두 차례 3점포로 팀에 공헌했다. 중반까지 가드진의 활동량이 돋보였다면, 막판에는 노련미가 가미됐다.
한호빈이 4쿼터에 다시 투입됐다. 임종일의 패스를 받아 3점포를 터트린 뒤, 최진수의 득점을 도왔다. 반면 KGC는 잠시 크리스 맥컬러가 나왔지만, 다시 브라운이 투입됐다. 오리온이 유터를 넣으면서, 김 감독은 유터에게 강한 면모를 보인 브라운으로 승부를 걸었다. 추 감독은 이현민과 사보비치 투입으로 맞섰다.
오리온은 이현민의 조율 속에 최진수가 두 차례 골밑을 파며 연속 득점을 만들더니, 41초전 허일영이 우중간에서 이승현의 패스를 결승 3점포로 연결, 승부를 갈랐다. 이때 KGC는 하지 않아야 할 골밑 도움수비를 들어가며 허일영에게 오픈 찬스를 내줬다.
이후 오리온은 수비응집력이 상당히 돋보였다. 이승현의 강력한 블록슛이 나왔다. 결국 베테랑들을 막판에 배치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물론 한호빈과 임종일 등이 폭넓은 활동량으로 경기흐름을 대등하게 끌고 간 게 가장 큰 승인이다. 그렇게 KGC를 84-83으로 잡았다.
[한호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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