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청평 이후광 기자] GS칼텍스 에이스 이소영(26)이 코트에 나설 준비를 모두 마쳤다. 4라운드 첫 경기인 장충 현대건설전부터 출격해 팀의 선두 싸움에 제대로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이소영은 지난 시즌보다 한 층 성숙된 기량으로 팀 공격을 이끌던 중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17일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였던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1세트 도중 수비를 하다 우측 발을 다친 것. 검진 결과 발목 및 발등 인대 파열로 회복까지 최소 6~7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선수와 팀 모두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1라운드 전승을 거뒀기에 에이스의 부상이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부상을 당한지 약 7주가 흘렀다. 초반에는 회복 속도가 빨라 3라운드 말미 복귀가 점쳐졌지만 결국 소견대로 7주를 모두 채우고 상태를 회복했다. 그 사이 팀은 8경기 3승 5패에 그치며 선두 현대건설에 승점 5점 뒤진 3위가 됐다. 박혜민, 권민지, 한송희 등 어린 선수들이 초반 고군분투했으나 최근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소영이 선두 재도약을 노리는 GS칼텍스의 후반기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경기도 청평에 위치한 GS칼텍스 연습체육관에서 복귀 준비에 한창인 이소영을 만났다. 이소영은 “재활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발목 힘을 키우는 운동을 계속 했다. 발등이라는 부위가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미세한 통증이 있어 참고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하는 중이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흥국생명전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과거다. 발목에서 ‘뚝’ 소리가 난 순간 가장 먼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소영은 “뚝 소리가 났을 때 ‘설마 아니겠지’하고 일어나 참고 다시 하려고 했는데 발을 디딘 순간 아팠다. 아찔한 순간이었다”라며 “잠깐 쉬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소영은 동료들의 응원과 착실한 재활로 빠르게 통증을 없앴다. 그는 “다친 뒤 국가대표를 함께 했던 언니들에게 연락이 많이 았다. 이효희, 배유나, 박정아 등 도로공사 쪽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런닝과 점프가 가능해져서 실전에서 맨투맨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감독님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야간에 개인 운동을 더 했는데 하면 할수록 공을 만지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이소영은 지난 2017년에도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며 긴 재활을 진행해야 했다. 사실 당시 부상이 지금보다 더 심각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지금이 더 불안하다. 이소영은 “부상은 심했지만 그 때는 뭣도 모르고 배구를 할 때였다. FA를 앞두고 있어 더 심하게 좌절했음에도 내려놓고 편하게 재활했더니 쉽게 됐다”며 “지금은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돼 마음이 급해졌다. 몸이 안 따라주니 화가 난다. 1라운드 전승을 해서 더 그랬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박혜민, 권민지 등 어린 후배들이 씩씩하게 언니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이를 지켜본 이소영은 “쉽지 않은 자리인데 잘 버티고 잘 해줬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도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너무 뛰고 싶었다. 그래도 동생들이 항상 배구 관련 질문을 많이 해서 기특하고 대견했다. ‘언니 괜찮으니까 빨리 나아요’라는 말이 참 고마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후배는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인 강소휘, 권민지, 한송희, 박혜민이다. 이소영은 “(박)혜민이 같은 경우 내가 빠지고 많이 떴는데 이젠 실력으로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부족한 부분을 많이 물어본다. 날 자꾸 귀찮게 하는 게 좋다. 내가 신인 때는 언니들과 나이 차이가 있어 뭣도 모르고 했다. 지금은 장난을 많이 치는 후배들이 예뻐서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이소영은 이번 부상으로 태극마크까지 반납, 7일부터 시작되는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전에 함께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많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도움이 되지 않아 더 미안할 것 같다. 재활해서 몸을 만드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물론 가고 싶다. 도움도 되고 싶은데 감각이라는 게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라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소영의 복귀전은 오는 16일 장충 현대건설전이 될 전망이다. 후반기이자 4라운드 첫 경기로, 이날 승리한다면 1위 현대건설을 승점 2점 차로 추격할 수 있다. 이소영은 “너무 떨릴 것 같다. 두 달만의 경기인데 다시 시즌을 시작하는 기분이다”라고 웃으며 “긴장해서 얼어 버릴까봐 걱정된다. 1세트가 걱정되는데 그러면 안 된다”라고 복귀전을 앞둔 소감을 말했다.
이소영도 현대건설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이번 시즌이 2013-2014시즌 이후 6시즌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적기라는 예감도 든다. 그는 “부상 복귀 첫 경기가 현대건설전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집중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승했던) 2년 차를 떠올려보면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지난 시즌에도 기회가 왔지만 그걸 디딤돌로 삼아 올해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영은 후반기 기대와 부담을 반반씩 안고 코트에 올라선다. 그 동안 너무 뛰고 싶었기에 기대가 되지만 부상 이전의 컨디션을 못 찾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소영은 “부상 이전처럼 몸이 안 될까봐 부담이 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고 얼른 돌아와 달라고 말해주신 덕분에 감사하다. 그러나 또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부담이 된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라고 전했다.
이소영은 자신을 두 달 동안 기다려준 GS칼텍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다려주신 만큼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끔 하겠다. 얼마 안 남았지만 좀 더 몸을 완전하게 만들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소영. 사진 = 청평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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