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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일명 오스카)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역사를 새로 썼다.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점쳐지는 가운데, 작품상 수상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3일(한국시간) 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기생충'은 국제 장편 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일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기생충'이 전해온 또 하나의 낭보다.
무엇보다 한국영화 역사상 아카데미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기생충'이 최초라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오른 바 있지만 최종에서 고배를 마셨다. 꾸준히 아카데미에 영화를 출품하며 오랜 세월 문을 두드렸던 한국 영화가 '기생충'으로 그 장벽을 깨부순 셈이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깨어나서 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 같다. 여전히 '기생충' 촬영장에 있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다. 밥차 트럭이 불에 타는 등 상상도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완벽하고 너무나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이 오스카 노미네이션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한국의 풍부한 영화 역사를 감안할 때,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자들이 한국의 영화를 크게 무시한 것이 놀랍다"라고 보도해 '기생충'의 위상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지역(로컬) 영화제일 뿐"이라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비영어권이 진입하기엔 장벽이 견고하단 의미.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난이 지속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기생충'이 아카데미 트로피를 몇 개나 들어 올릴지가 최대 관심사다. 국내 및 북미 흥행은 물론, 평론가들의 역대급 호평을 등에 업고 각종 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잇단 낭보를 전했던 '기생충'인만큼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자연히 감독상, 작품상 수상에도 기대가 쏠리는데, 최근 아카데미가 '화이트 오스카'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벗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어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17년에는 흑인 감독의 '문라이트'가 작품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비영어권 영화 '로마'가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기생충'은 작품상 후보작 가운데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영어권 영화로선 최초의 기록이다. 또한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1955년 영화 '마티'가 유일해,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주인공인 '기생충'이 영화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작은 아씨들'과 작품상을 두고 경합한다. 봉준호 감독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감독상을 경쟁한다.
[사진 = AFPNEWS,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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