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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고동현 기자] 김광현의 등번호 변경에는 '역지사지'가 담겨 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했다. 김광현은 소속팀 캠프가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의 오랜 소속팀이었던 SK 와이번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자타공인 SK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은 2020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약 95억원), 최대 1100만 달러(약 131억원)에 계약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12월 입단식에서 33번이 적힌 유니폼을 받았다. 그에게 33번은 생소한 번호다. 김광현은 프로 데뷔 후 SK에서 줄곧 등번호 29번을 사용했다. 국가대표로서는 초창기에는 다른 번호를 달기도 했지만 33번은 처음이다.
그는 33번을 달게 된 이유에 대해 "일단 구단에서 남은 번호들을 줬다"라고 운을 뗀 뒤 "다른 선수가 달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29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미국에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신인이 번호를 달라고 하면 조금 그럴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장을 바꿔서 내가 29번을 달고 있는데 신인이 와서 29번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조금 그렇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사실 욕심을 낸다면 29번을 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의 29번은 1994년생 우완투수인 알렉스 레이예스가 달고 있다. 2016년 61번을 달고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18시즌부터 29번으로 바꿨다.
지난해 4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 15.00에 그치는 등 빅리그 통산 17경기(6선발)가 전부인 선수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제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라는 본인의 말을 지키며 새로운 등번호를 받아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등번호 중 33번은 어떻게 선택했을까. 여기에는 지난해 SK 투수코치에서 이제 키움 감독으로 변신한 손혁 감독이 있었다.
김광현은 "손혁 감독님께서 SK에 계실 때부터 등번호를 잘 찾아서 의미부여를 해주셨다. 전화를 드려서 등번호를 부른 다음에 어떤 번호가 가장 좋은지 여쭤봤다. 손혁 감독님께서 33번을 추천해주셨고 나도 그 번호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너무 기대도 하지 않고, 또 너무 내 자신을 약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출사표를 던진 김광현. 그가 빅리그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김광현'하면 생각나는 등번호로 29번 뿐만 아니라 33번도 새길 수 있을까.
[김광현. 사진=인천공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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