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못해도 되니 자신 있게만 해다오.”
17승 투수 이영하(23, 두산)의 힘겨웠던 시즌 2승 도전기였다. 이영하는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99구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첫 등판이었던 5월 6일 LG전 이후 무려 56일 만에 따낸 시즌 두 번째 승리였다.
경기 후 만난 이영하는 “팀원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사실 자신감을 많이 잃었는데 경기 전부터 팀원 모두가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며 “그 동안 강하게만 던지다보니 자꾸 맞았다. 오늘(1일)은 맞더라도 정확하게 던지자는 마음으로 나선 결과 그 동안 등판 중 가장 괜찮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2회 2사 2루서 김혜성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만루에 몰렸고, 3회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앞선 등판과 달리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사실 6월 19일 LG전에서도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줬는데 그 때는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최대한 집중하려 했고, 위기 때 형들을 믿고 맞춰 잡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하에게 지난 56일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무려 17승을 거두며 두산의 토종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따냈지만 올 시즌 등판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기대가 컸던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이영하 본인도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6월 19일 LG전에선 타선의 15점 지원에도 3⅔이닝 7실점으로 조기에 마운드서 내려와야 했다.
그런 이영하를 다독이며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김태형 감독이었다. 이영하는 “첫 승 이후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생각이 많아졌다”며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못해도 되니 편하게 하라는 조언을 직접 해주셨다. 사실 이 정도로 못하면 2군을 가야하는 건데 감독님이 계속 못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자신감을 찾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나를 많이 챙겨주신다. 캐치볼을 할 때 마주치면 이유 없이 혼내시기도 하고, 재미있게 농담도 해주신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느낌이 들어서 고마웠다. 작년처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버티고 버틴 끝에 찾아온 2승이다. 이영하는 “어디 갇혀 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라고 웃으며 “8경기 동안 승리가 없고 내용도 좋지 않아 계속 야구 생각만 났는데 처음으로 내려오면서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다. 감독님, 코치님, 형들에게 다 고맙다”고 남다른 소감을 말했다.
이번 계기로 이영하는 또 한 번 성장했다. 지난해 17승, 군 면제, 결혼 등 많은 걸 이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작년에 원하는 걸 다 이뤘다. 작년에 모든 운을 다 쓴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며 “이제부터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결국 똑같은 것 같다. 안 좋다고 세게 던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세게만 던지니 오히려 더 맞았다. 그러나 포수 사인대로 정확하게 던지니 잘 됐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이영하는 끝으로 56일 동안 누구보다 걱정이 많았을 아내를 향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가족 걱정을 많이 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보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좋은 것만 보고 결혼했는데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이 생겼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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