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키시에게 밴헤켄이 보인다.
밴헤켄은 히어로즈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존재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시즌 동안 156경기서 73승42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한 특급 에이스였다. 특히 2014년에는 20승을 수확하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요즘 에릭 요키시를 보면 밴헤켄이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히어로즈의 대를 잇는 외국인 좌완 에이스다. 좌완이면서 디셉션이 좋은 공통점이 있다. 9승2패 평균자책점 1.62. 다승 공동선두, 평균자책점 2위다. 2014년 밴헤켄의 임팩트다.
타자를 요리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밴헤켄은 포크볼이 주무기였다. 낙차가 큰 것과 작은 것을 번갈아 활용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요키시는 투심을 필두로 체인지업, 커브에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까지 완벽하게 구사한다. 투심 평균구속이 1~2km 정도 올랐다. 각 구종의 커맨드가 빼어나다.
키움 손혁 감독은 2015년과 2016년에 히어로즈 투수코치로 일하며 밴헤켄을 지켜봤다. 16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내가 밴헤켄의 모든 모습을 본 건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팀이 이기고 지고를 떠나 밴헤켄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밴헤켄과 요키시 모두 국내투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요키시는 15일 고척 NC전서 9승을 따낸 뒤 "우리 팀에는 최원태, 이승호, 한현희라는 젊은 선발투수가 있다. 야구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나와 제이크 브리검이 많은 조언을 해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밴헤켄의 말에도 무게감이 컸다. 손 감독은 "투수코치였던 내가 선발투수들에게 왜 첫 타자부터 전력으로 던져야 하는지 설명하지만, 밴헤켄이나 고참들이 얘기해주는 건 차이가 있다. 밴헤켄은 그런 얘기를 잘 풀어서 해줬다"라고 돌아봤다.
지금 요키시처럼, 밴헤켄 역시 마운드 밖에서도 리더이자 에이스였다. 손 감독은 "한 경기를 위해 4~5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철두철미하다.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작년에 요키시를 보지 못했지만, 밴헤켄과 준비 과정이 비슷하다"라고 했다.
둘 다 마운드에선 싸움닭이다. 손 감독은 "투쟁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투수는 맞는 직업이고, 계속 0점으로 막다 어느 순간 10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서도 똑같이 싸우고, 에이스 역할을 한다. 그래서 둘 다 에이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마운드 안팎의 행동이 그렇다"라고 했다.
요키시의 투쟁심은 15일 경기서도 잘 드러났다. 6회에 양의지의 타구에 왼 손목을 맞고 고통스러워했다. 손 감독은 "처음에는 무조건 내려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빗겨 맞으면서 큰 이상이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요키시는 이후 애런 알테어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7회에도 올라와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요키시는 손 감독에게 "8회에도 던지겠다"라고 했다. 에이스로서 최근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러나 손 감독은 투구수 88개에도 보호 차원에서 더 이상 기용하지 않았다.
키움은 올해 대권에 도전한다. 15승이 가능한 에이스 요키시가 큰 역할을 해내야 한다. 특히 7월 들어 크게 흔들리는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어느새 선수단 내부에선 요키시를 예전 밴헤켄처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다.
[요키시(위), 밴헤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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