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개를 끄덕이는 건 투수 자신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7월에 주춤한 근본적 원인은 토종 선발투수들의 난조다. 최원태(2G ERA 12.38), 이승호(3G 2패 ERA 16.20), 한현희(3G 1승2패 ERA 15.68)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초반에 주도권을 잡고 가는 경기가 거의 없다. 한현희의 18일 인천 SK전 6⅔이닝 1실점이 키움 7월 토종 선발투수의 첫 퀄리티스타트였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완벽히 대체할 플랜B는 없다. 한, 두 경기 정도 대체할 투수는 있지만, 결국 세 사람이 토종 선발진을 이끌어야 한다. 투수 출신 손혁 감독은 18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세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했다. 손 감독은 "다들 흐름이 안 좋으니 부담을 갖는 것 같다. 요키시는 잘하고 있는데 세 사람이 동시에 좋지 않으니 막아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던지고, 한 이닝에 몰아서 점수를 준다. 안 좋을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있다. 억지로 풀어야겠다고 풀리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결과가 안 좋은 건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겨내길 바랐다. 손 감독은 "아직 최소 10번은 더 던져야 한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최원태와 한현희의 경우 구위 저하와 부상으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 마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
한현희는 SK를 상대로 평소에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구사, SK 좌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는 "하루에 체인지업 2~300개씩 던지며 연습했다"라고 했다. 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로 보여줬다.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손 감독은 포수의 볼배합 사인에 지나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현역 시절 포수 김동수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몸쪽으로 두 개 연속 요구 하시길래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정말 두 개 연속은 그렇게 못 던지겠다고." 그러자 손 감독이 들은 답은 "딱 그쪽으로 던지라는 게 아니라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더 넓은 범위를 의미) 이쪽 코스로 던지라는 거야"였다.
포수가 원하는 코스대로 투구하려고 하되, 해당 타깃보다 조금 넓게 설정하고 투구하면 부담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투수라면 포수의 캐치능력을 믿고 타깃을 넓혀서 던질 필요도 있다. 마음을 비우면 좋은 결과도 찾아온다는 게 손 감독 생각이다.
또 하나. 마운드에서 포수에게 지나치게 끌려 다니지 말 것을 주문했다. 손 감독은 "투수라면 진짜 던지기 싫은 공은 고개를 저어야 한다"라고 했다. 무조건 포수에게 고개를 저으라는 게 아니다. 손 감독은 "포수가 세 번 연속 같은 사인을 내면 포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 투수가 보지 못한 타자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투수가 습관적으로 포수에게 끌려만 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손 감독은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투수 자신이다. 자신이 결정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던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수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는 게 맞다"라고 했다. 자신이 선택한 공에 책임을 져야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의미다.
키움은 7월 들어 하락세다. 토종 선발진이 크게 흔들렸다. 지난 주말 SK와의 원정 3연전서는 메인 셋업맨 안우진이 두 차례나 무너지며 데미지가 큰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키움 투수들이 손 감독의 조언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혁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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