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병헌, 정유미가 '영평상'에서 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배우 김희애 주연작 '윤희에게'는 3관왕을 차지, 올해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영평상'은 지난 1980년부터 매년 그 해의 우수한 영화 및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시상식으로, 배우 최정원과 김하나 아나운서가 올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지난 2019년 10월 3일부터 2020년 10월 2일 개봉한 영화 138편 중 선정된 최우수작품상은 47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이었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 인생에서 한 번은 받고 싶었지만 사실 별 기대를 안 했다. 기분이 참 좋다"라고 너스레로 운을 뗀 뒤 "배우들이 빛났던 영화다. 스태프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감독상과 각본상, 음악상 3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음악상을 수상한 김해원 음악감독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이렇게 오래 음악감독을 하게 될 줄 몰랐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대형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모든 스태프와 배우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시나리오를 알아봐주시고 기꺼이 윤희가 되어주신 김희애 선배님, 존경하고 감사드린다. 선배님 덕분에 이 글을 영화화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뒤 "모든 약한 사람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이 영화를 통해 내주셨다. 덕분에 세상이 반 뼘이라도 더 나아질 거라고 믿을 수 있게 됐다.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키노 하나를 비롯해 모든 배우님들에게 감사하다. 개봉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눠주고 계시는 팬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윤희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출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 역을 맡아 대체불가한 연기력을 과시한 이병헌이 차지했다. 이병헌은 동료 배우들과 우민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영화 끝 무렵에 무대인사를 다녔었는데 관객들과 호흡하고, 꽉 찬 관객석을 보았던 날들이 너무 까마득한 옛날처럼 기억된다. 계속 기억 속에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영화 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절절한 연기력으로 공감을 자아낸 정유미가 품에 안았고 김미경이 같은 작품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현장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만들어주신 이도영 감독님, 늘 따뜻하게 해줬던 스태프와 배우 분들에게 고맙다. 또 다른 김지영 역할인 미숙 역을 맡아주신 김미경 선생님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미경은 "저는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을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시작했다. 개봉한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너무 따뜻하고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런 좋은 팀들을 만나서 다시 한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라며 "연기를 오래 했지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정직한 사람으로, 제 진심을 보이기 아직 먼 것 같다. 영화에서 우리 딸로 만났던 정유미 씨와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함께 하게 돼 두 배로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맡아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박정민은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특히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들여다봐줘야 하는 캐릭터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제 나름대로 노력과 공부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도 보란 듯이 실패하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이 영화의 유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던 것 같다. 공을 들여서 들여다봐야 하는 인물인데 아무리 노력한들 유이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했다. 유이로 대변되는 수많은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 들여서 같이 봐보자는 마음으로 주신 것 같아서 감사히 받겠다"라고 말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로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강말금은 이번 영평상에서도 신인여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남우상은 '이장'(감독 정승오)의 곽민규에게로 돌아갔다. 곽민규는 "너무 큰 상을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는 영화 안에서 대사가 열 마디도 되지 않는다. 말을 많이 안 했는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송희준 등에게 공을 돌렸다.
촬영 스케줄로 아쉽게 불참한 강말금은 영상을 통해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쁜 동시에 부끄러웠다. 좋은 영화를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현장에서 주인으로서 촬영했다. 편집 과정도 중간 중간 훔쳐볼 수 있었고 개봉 과정에서도 함께 했다. 그걸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데 이런 영광을 얻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영화를 최선을 다해서 만드신 김초희 감독님과 배우님들, 스태프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알린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이 꿰찼다. 일명 'K-좀비' 신드롬의 열기를 이어간 '반도'(감독 연상호)는 촬영상과 특수효과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의 '영평 10선'은 '82년생 김지영, '남매의 여름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 '윤희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랑스 여자'(감독 김희정)로 선정됐다.
▼ 이하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20) 수상작(자) 명단
- 최우수작품상 : '남산의 부장들'
- 감독상 : 임대형('윤희에게')
- 각본상 : 임대형('윤희에게')
- 여우주연상 : 정유미('82년생 김지영')
- 남우주연상 : 이병헌('남산의 부장들')
- 남우조연상 : 박정민('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여우조연상 : 김미경('82년생 김지영')
- 촬영상 : 이형덕('반도')
- 음악상 : 김해원('윤희에게')
- 기술상 : 정도안, 윤형태('반도')
- 신인감독상 : 윤단비('남매의 여름밤')
- 신인여우상 : 강말금('찬실이는 복도 많지')
-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 홍상수 감독('도망친 여자')
- 신인평론상 : 강선형
- 독립영화지원상 : 한가람('아워바디'), 김미례('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 공로영화인상 : 김종원 영화평론가
- 영평10선
'82년생 김지영, '남매의 여름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도망친 여자', '백두산', '윤희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랑스 여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DB, 각 배급사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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