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박하선이 영화 '고백'으로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아동학대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던지는 범죄 영화 '고백'에서 아동복지사 박오순으로 분한 박하선을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천 원씩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다시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렸다. 아동학대를 비롯해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등 여러 사회 문제를 꼬집으며 관심을 환기한다. 극 중 박오순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되어 학대아동을 돕는다.
박하선은 이 영화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는 "부천은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다. 금의환향한 것 같다. '내 생애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상으로 힘을 받았다. 영화가 좋아서 받은 상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 이후 개봉을 앞둔 만큼 영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고편 조회 수는 일찍이 100만 회를 뛰어넘었을 정도. 박하선은 '고백'이 출산 후 복귀작이라며 "'정인이 사건'과 맞물려 미안하고 기쁘지만은 않다"라고 밝혔다.
출연 계기를 놓고는 "직접적인 학대 장면이 있으면 힘들 것 같았다. '도가니'나 '미쓰백'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아동학대 기사를 접하면 헤드라인만 보고 넘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분노를 느꼈다"라며 "영화가 가진 메시지와 울림이 컸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한을 풀듯 시원하게 연기했다. 연기가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오랜만에 연기해서 기쁜 마음이 컸다. 오순이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니까 내 안에 있는 상처를 만들고 꺼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누구나 어릴 때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다. 작은 상처라도 끌어오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웹드라마 '며느라기'(2020), 드라마 '산후조리원'(2020) 등 지난 한 해를 쉼 없이 달려온 박하선은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항상 부러워했었다. 늘 이런 생각으로 힘들어했다. '고백'을 찍을 때만큼은 시원하게 연기할 수 있어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어떠한 연예 기사를 봐도 안 부러웠다. 남 신경을 안 쓰고 살고있다. 20대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산 것 같다"라며 "예전에는 고마운 줄 모르고 연기했다. 너무 피곤해서 소 끌려가듯 나오곤 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결혼과 출산으로 4년간 쉬게 됐다. 육아를 해보니까 힘든 게 없더라. 엄마의 위대함을 느꼈다. 2년 만에 복귀해서 신나게 일했고 지금도 재밌다. 자의로 쉴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박하선은 출산 탓에 살이 급격히 불어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해도 살이 안 빠졌다. 남편이랑 결혼식에 갔는데 나를 못 알아보더라. 그 이후로 밖에 안 나왔다. 친한 작가님이 카메오를 부탁했는데도 안 나갔다. 절대 살이 찌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복귀가 오래 걸렸다. 회복만 9개월 걸렸다. 이제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진다. 쌀을 안 먹어야 살이 빠지더라"라며 웃었다.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목이 굉장히 약했는데 매일 소리를 내니까 좋아졌다"라는 박하선은 "배우나 감독님의 팁도 얻을 수 있다. 처음 보는 배우와 소개팅하는 느낌이다. 악플을 보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데 청취자 여러분으로부터 힐링과 힘을 받는다"라며 "덕분에 영화를 다양하게 보게 됐다. 원래 한국 영화만 봤는데 외국 영화나 숨겨진 명작도 보게 됐다. 결과적으로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커피 브랜드 모델 선정 소감으로는 "광고가 임신과 출산으로 다 끊겼었다. 오랜만에 찍게 됐다. 인기를 실감한다. 회사에서 우스갯소리로 아이돌 스케줄이라고 하더라"라며 "커피 광고를 김연아, 아이유, 공효진 씨가 찍으셨더라. 집에서도 좋아하셨다. 감사하다. 열심히 해서 재계약하고 싶다. '깡'을 인상 깊게 보셨다더라. 출근길 사진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라디오에서 커피를 쏘는데 이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 공백기를 거친 박하선은 남편인 배우 류수영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를 끝낸 지 얼마 안 됐을 때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봤다. 대본을 1000번 봤다고 하더라. 몇백 번씩 연습했다. 시원하게 연기해보고 싶은데 늘 아쉬움이 남았다. 난 최선을 다했는데 왜 경력 단절이 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돌이켜보니 최선을 다했지만 최고는 아니었더라. 생각해보니 조금 더 할 수 있었던 거다"라고 자평했다.
한편 '초인'(2015)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은 서은영 감독이 연출, 각본을 맡은 영화 '고백'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