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승 감독, 너무 좋은 건데 그게 목적은 아니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2015년 지휘봉을 잡기 전 오랫동안 남자농구 현대모비스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여자농구에 입성한 뒤 안 좋은 문화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배들의 갑질, 강압적인 훈련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약 5~10년 전만해도 여자농구는 무조건 강한 훈련을 해야 하고, 위계질서도 엄격한 측면이 있었다. 임근배 감독은 "그런 게 너무 싫었다. 그렇게 안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지도자가 시켜서 하는 주입식 훈련이 아닌 생각하는 농구, 창의적인 농구의 정착에 중점을 뒀다. 6개 구단 중 가장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며, 훈련시간에 집착하지 않았다. 원칙을 중시하되, 정해진 틀에선 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그러면서 개인과 팀의 동반성장을 유도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년 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에 그쳤다. 준우승 직전 시즌 역시 부진했다. 부상자도 많았고, 임 감독도 현실을 반영해 지도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임 감독은 "6년 전 처음 왔을 때 있던 선수들 중 지금 남아있는 선수가 3명(김한별, 배혜윤, 박하나) 뿐이다. 선수들이 계속 바뀌면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라고 했다. 끈질긴 인내 끝에 윤예빈 이주연 조수아 신이슬 김단비 이명관 김한비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했다.
챔프전 우승은 이들의 농구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게 확실하다. 윤예빈은 외곽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신이슬과 이명관은 핵심 조커가 됐다. 조수아의 잠재력도 확인했다. 이주연도 부상 여파로 올 시즌 좋지 않았을 뿐, 윤예빈과 함께 미래의 원투펀치가 될 게 유력하다.
임 감독은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 나아진 것 같다. 6~70% 수준이다. 그래도 보완을 해야 할 점이 나타났고, 우승의 맛을 봤으니 지키는 건 10배, 20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좀 더 디테일하고, 좀 더 단단한 팀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끝이 아니다. 임 감독은 단순히 삼성생명의 리빌딩과 우승만 생각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15일 5차전 직전 "우승 감독이 목적이 아니다. 다른 계획과 목적이 있는데, 거기에 가기 위해선 우승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임 감독은 한국 스포츠의 위기를 걱정했다. "한국 스포츠가 고사 위기다. 일본 서머캠프를 2년간 봤는데 학생들이 전부 운동가방을 들고 다니더라. 체육공원에 야구장, 스타디움, 축구장, 농구장, 트랙이 있는데 전부 운동을 하고 있더라. 일본 사회체육이 이렇게 돼 있나 싶었다"라고 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1인1기(1종목)'를 법으로 채택, 학생들에게 적용했다. 모든 학생이 자연스럽게 최소 한 종목을 접하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엘리트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키웠다. 실제 일본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종합 6위(금12 은8 동21)를 차지했고, 2018년 자카르타-펠렘방 아시안게임서도 한국을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생활체육 및 엘리트체육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임 감독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운동을 선택해서 하고, 5~60년이 지나다 보니 모든 종목에서 메달이 다 나온다. 우리는 박태환, 김연아가 어쩌다 나오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우리 스포츠도 살 길은 이 것"이라고 했다.
사실 "네가 뭔데?", "너나 잘해"라는 핀잔을 들을 걸 알고 있었다. 임 감독은 그래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난 아무런 힘이 없는 사람 아닌가. 우승을 못하는데 말해봤자 뭐하겠나"라고 했다. 결국 임 감독은 우승감독이 됐고, 공개석상에서 '1인1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승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시기가 기회다. 체육인들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자신의 생각을 더 알리고 싶은 눈치다. 임 감독은 단순히 삼성생명의 우승을 넘어 한국 여자농구와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 전환을 꿈꾼다.
[임근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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