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박)찬호가 걱정을 많이 해줬어요"
작년 가을이었다. 4명의 남자가 모였다. 오랜 기간 인연을 쌓은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 없었다. 결국 모임에서도 서로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기에 바빴다.
그 누가 알았을까. 모임에 있었던 2명은 지금 KBO 리그 감독 자리에 올라있다.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른다.
자리에 있었던 4명은 류지현, 홍원기, 박찬호, 홍성흔이었다. 마침 LG와 키움은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수석코치였던 류지현과 홍원기는 구단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처지였다. 홍성흔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직을 맡았지만 지난 해 마이너리그 일정이 취소되면서 거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박찬호는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방송인으로 입지를 다져 형편이 나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LG는 류지현을 감독으로 선임했고 키움도 홍원기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작년 가을만 해도 서로의 처지를 걱정했지만 이제는 KBO 리그의 감독으로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박찬호는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홍성흔도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합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작년 가을이었다. 서로의 미래가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라면서 "4명이서 서로 위로해줬다. 특히 찬호가 걱정을 많이 해줬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감독이 2명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류지현 감독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홍원기 키움 감독과 재회했다.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류지현 감독은 "홍원기 감독과는 젊을 때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서로 안부를 물어봤다"라고 전했다. 이제는 네 남자가 다시 모인다면 작년 가을에 나눈 이야기를 추억으로 삼아 웃음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LG 류지현 감독과 키움 홍원기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1 프로야구 키움-LG의 연습경기가 끝난뒤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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