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춘추천국시대가 열릴까.
WKBL은 2020-2021시즌에 외국선수제도를 폐지했다. 일찌감치 몇몇 구단과 감독이 주장했고, 관철됐다. 외국선수가 없으면 경기의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시즌이 전개됐다. 주관방송사의 시청률도 상승했다.
2021-2022시즌도 외국선수 없이 치를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단들과 현장 지도자, 관계자들은 국내선수들만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실제 국내선수들의 출전시간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몇몇 팀은 자연스럽게 리빌딩에 성공했다.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밟은 건 기본적으로 김한별과 김보미, 두 베테랑의 엄청난 활동량 덕분이었다. 그러나 뉴 에이스로 도약한 윤예빈, 폭 넓은 로테이션을 통해 핵심 롤 플레이어로 성장한 신이슬 이명관 등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결정적이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가장 강렬한 경기력을 선보인 신한은행도 한엄지, 김아름, 유승희가 핵심멤버로 도약했다. 정규경기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도 박지현과 김소니아가 뉴 원투펀치로 성장했다. 김진희라는 새로운 포인트가드도 발굴했다. 포워드 오승인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즌 막판 좋았던 하나은행도 신지현이 확실한 에이스가 됐다. 양인영과 강유림도 스텝업 했다.
WKBL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차례로 통합 6연패를 차지했다. 12년간 왕조 체제였다. 이후 KB가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성장통에 시달렸다. 여기에 외국선수제도 폐지와 맞물려 젊은 국내선수들의 포텐셜이 점점 폭발, 오히려 춘추전국시대로 뒤바뀐 모양새다.
여전히 객관적 전력은 KB가 가장 좋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서 '절대 1강'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4강 플레이오프서 탈락했지만, 리빌딩 가능성을 보여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만만치 않다.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하나은행과 최하위 BNK는 본래 유망주가 가장 많은 팀이다. 시즌 내내 부진하던 하나은행은 시즌 막판 본래 색깔을 찾았다.
외국선수가 있었던 시절에는 승부처만 되면 의존하는 경향이 심했다. 눈 앞의 1승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적이었고,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다. 하지만, 외국선수가 사라진 올 시즌은 달랐다. 로테이션 폭을 넓히면서 트랜지션을 강화하고 공수활동량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중심축이 현대농구의 대세인 스몰라인업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역할이 넓어진 국내선수들이 실전서 성장과 부작용을 반복하면서 경기력, 승부가 요동쳤다. 흥미가 배가됐고, 포스트시즌은 연일 '꿀잼'이었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나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스몰라인업은 WKBL이 트렌드를 받아들였다기보다 전략일 뿐이다. 여전히 센터는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래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WKBL도 몇 년 전에 비해 최근 1~2년 사이 경기템포가 상당히 빨라졌다. 더 이상 한 명의 절대적 에이스가 리그를 지배한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다. 박지수는 WKBL을 평정했지만, KB의 정규경기와 포스트시즌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그럴수록 6개 구단 모두 뉴 페이스를 더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그 뉴 페이스들이 다시 각 팀과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 활력이 각 팀의 경기력과 리그 흥미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2020-2021시즌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다.
WKBL은 4월부터 FA 시장이 열린다. 김소니아, 윤예빈, 배혜윤, 강이슬, 이경은, 유승희, 진안, 염윤아 등 대어급과 준척급 모두 풍년이다. 2차 FA들은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을 하지 않는다. 이적생이 많을수록 리그 판도에 변수는 커진다. 결국 외국선수 제도의 재도입 여부와 FA 시장 흐름에 따라 리그 판도가 또 한번 출렁일 수 있다.
임근배 감독은 오랫동안 외국선수제도 폐지를 주장했던 지도자다. 그는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들의 보조 역할밖에 못하고 자리를 못 잡았다. 국내선수들의 수준이 올라가면 다시 외국선수를 다시 쓰면 좋겠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우승이라는 결과로 그 당위성을 증명했다. WKBL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WKBL 2020-2021시즌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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