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봉준호에 영감 얻은 성인영화 감독 "에로물, 왜 음지에 있어야 하나"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영희가 개그우먼이 아닌 '신인 감독'으로 대중과 만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어 19금 에로 영화 '기생춘'을 연출했다.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선 성인 영화 '기생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영희 감독과 주연 민도윤이 참석했다.

이날 김영희 감독은 "많이 떨린다. 앞으로도 제 작업은 계속될 거라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기생춘'은 제가 연출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 정말 진지하게 작업했다"라고 연출 데뷔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을 패러디한 이유에 대해선 "봉준호 감독님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감독님의 작품은 사람을 다루고,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사람 냄새 나는 성인 영화"라면서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어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를 말하고 싶었다. 성인 영화지만 스토리가 중요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영희는 "'기생춘'이 '기생충'을 보고 나온 아이디어다 보니 패러디하게 됐는데, 부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 영화가 왜 이렇게 음지에 있어야 할까 싶더라. 우리 작품 주연인 민도윤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성인 영화배우라서 드라마 출연이 어렵다. 제가 (민)도윤이에게 네가 드라마에 나오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장르만 다른 것일 뿐인데 왜 이렇게 벽이 높지 생각했다. 제가 직접 연출해 보니 더 그렇게 느꼈다. 장소 섭외부터 힘들더라. 사실 과거엔 성인물에 패러디 제목들이 많았다. 성인 영화로 패러디가 나왔냐로 흥행 여부가 좌지우지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요즘엔 패러디가 없어졌다. '기생충'이 대작이다를 떠나 레트로 열풍에 따라 패러디를 유쾌하게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패러디에 대한 인식이 제 스스로 섰기에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영감을 받아 성인 영화 장르를 꾸준히 하고 싶다. 성인 영화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건 아니고,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끝으로 김영희는 차기작 계획을 귀띔했다. 그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패러디한 '티팬티하우스'를 연출하려 한다. 여건상 펜트하우스는 없지만, 옥탑에서 사는 민도윤을 찍을 예정이다. 또 '민도윤의 50가지 그림자'를 구상 중인데, 이건 무성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생춘'은 오는 4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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