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두 가지의 실험을 했다. 한 가지는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실패로 돌아갔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과 이영하의 이야기다.
두산은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엔트리에 큰 변화를 가져갔다. 팀의 주축인 '에이스' 워커 로켓과 '주장' 오재원이 부상으로 이탈, 포수 장승현이 지난 8일 경기에서 롯데 앤더슨 프랑코의 투구에 손목을 맞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2019년 팀 통합 우승의 주역인 박세혁과 17승을 거뒀던 이영하가 1군에 합류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앞서 "박세혁은 당초 2군에서 10일까지 경기를 하고 합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승현의 손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콜업을 했다. 경기에 뛰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동안 많이 쉬었고, 경기를 못했기 때문에 경기 컨디션이 100%가 아닐 뿐"이라며 "상황을 봐서 교체할 수 있으면 하고, 상태를 보겠다"고 말했다.
큰 부상을 딛고 예정보다 빠르게 1군에 합류한 박세혁은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공격에서 2타수 1안타, 수비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득점권에 주자를 배치했다. 두산은 박세혁이 만든 1, 3루 찬스에서 허경민이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반면 이영하는 달랐다. 4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선 이영하는 3⅔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조기 강판됐고, 이날 함께 1군에 등록된 배터리의 희비는 교차됐다.
김 감독은 오랜 방황을 마치고 돌아온 이영하를 향해서는 "오늘 던지는 것을 보겠다. 기다릴 상황도 아니다.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지금부터는 스스로 해 나가야 한다"며 기대와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영하는 경기 초반 '5점'이라는 타선의 넉넉한 지원을 받았다. 2회 피홈런을 허용하고, 3회 한 점을 내줬지만 최근 롯데 타선의 흐름을 봤을 때 결코 나쁘지 않은 투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영하는 4회말에 급격하게 흔들렸고,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영하는 4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타자 김민수를 삼진 처리했지만, 지시완에게 안타를 맞았고, 민병헌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형 감독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두 번의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등 제 손으로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날 이영하는 최고 구속 149km를 마크했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도 롯데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투구수에도 제한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도 괜찮았다. 팀 타선의 활약으로 14-8의 승리를 거뒀지만,복귀 후 첫 등판을 감안해도,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자멸하는 모습은 아쉬웠다.
두산은 불운한 사고를 극복한 박세혁의 활약에는 미소를 지었지만, 이영하의 아쉬운 첫 등판에 고심이 깊어져 갈 수밖에 없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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