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쉬게 해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
SSG는 선발진 60%가 붕괴(박종훈-문승원-아티 르위키)됐다. 실질적인 데미지는 그 이상이다. 단순히 무너진 60%를 임시로 메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임시로 투입되는 자원들의 역량이 박종훈과 문승원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체시점이 빠를 수밖에 없다. 불펜의 부하가 가중된다. 김원형 감독이 불펜투수들의 투구수까지 계산해 치밀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한 이유다. 여전히 시즌은 진행한 경기보다 남은 경기가 많다. 불펜 투수들의 에너지 관리는 대체 선발투수 관리만큼 중요하다.
현재 SSG 불펜 필승계투조는 마무리 서진용에 우완 김상수와 이태양, 좌완 김태훈이다. 특히 서진용과 김태훈은 필승카드. 이들을 대졸신인 장지훈과 최민준, 김택형, 서동민이 뒷받침한다. 10일 1군에 가세한 사이드암 박민호는 장기적으로 필승계투조에 들어가야 한다.
김택형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다. 장지훈과 최민준이 실질적으로 전천후 역할을 한다. 이미 두 사람은 각각 16경기, 19경기에 나섰다. 필승계투조 멤버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달 초 선발진 붕괴 이후 대체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어김없이 이들이 2이닝 내외를 버텼다.
김원형 감독은 특히 신인 장지훈이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쉬게 해줘야 할 투수다. 휴식을 주고 싶은데(잠시 1군에서 제외하는 것을 의미) 팀 사정상 빼기 쉽지 않다. 선발이 갑자기 내려가면 가장 먼저 나와 역할을 해주는 투수다. 한 번 올라가면 1⅔이닝이든 2이닝이든 40구 정도를 던진다"라고 했다.
장지훈은 16경기서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8.87이다. 성적은 별 볼일 없다. 그러나 현재 SSG 마운드에선 없으면 안 되는 투수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어수선한 상황에 등판하는 투수가 항상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표본이 쌓일수록 수치가 나빠지는 건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지훈이의 장점은 언제 올라와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 능력이 팀에 도움이 된다. 10년차 이상의 투수가 꼭 그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어수선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정면 승부를 한다. 설령 얻어 맞더라도 경기흐름이 빨라지고,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조웅천 코치에게 전수 받은 체인지업을 빠르게 익혀 잘 활용한다.
단,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단순한 조합이다 보니 점점 공략 당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투수라면 완급조절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인 장지훈에겐 기대하기 쉽지 않다. 김 감독은 같은 사이드암 KT 고영표를 예로 들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구속을 떨어뜨려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낮게 던지는 등 강약을 조절하면서 던진다. 쉽지 않다. 하지만, 투 피치 투수에겐 그런 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경기운영능력을 좀 더 터득해야 한다. 동의대 2학년 때부터 투수를 시작했다. 경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김 감독은 "투 피치이다 보니 공략이 되는 상황이다. 체인지업으로 강약을 조절하거나 결정구로 쓰면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체인지업을 강하게만 던지려고 하면 직구 타이밍에 걸릴 수 있다. 더 느리게 던지면 타자가 참거나 타격 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다. 지훈이가 앞으로 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투수 경험이 부족한 걸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또 마운드 사정상 잠시 2군에 보내 휴식을 줄 여유도 없다. 김 감독은 장지훈을 좀 더 요긴하게 쓰면서 팀도 살리고 본인의 발전까지 기대한다.
[장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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