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오지환이 수비를 가장 잘 하지 않습니까?"
격세지감이다. 프로 입단 초기부터 늘 수비에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침내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지만 '선발 논란'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인정한다. 수비 만큼은 국내 최고 레벨에 도달했다는 것을.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타율 .234에 머물고 있는 선수를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바로 오지환(31·LG 트윈스)이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오지환이 수비를 가장 잘 하지 않습니까?"라는 말로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한때 "유격수는 안 된다"는 내부 평가까지 나왔던 선수였기에 믿기지 않는 장족의 발전이다.
류지현 LG 감독은 오지환의 성장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오지환이 2009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작전코치를 맡고 있던 류지현 감독은 2012년 수비코치를 맡으면서 '오지환 키우기'에 주력했다.
"오지환 입단했을 때 강한 어깨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 내야수라기 보다 투수에 포커스가 맞춰진 선수였다. 내야수로서 교육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한 선수였다. 역시 기본기가 부족해서 오래 걸렸다. 동기들보다 궤도에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LG는 오지환이 좀처럼 유격수 자리에서 궤도에 오르지 못하자 포지션 변경을 고민하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은 "실수가 많았기 때문에 '유격수는 안 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내부에서 포지션 변경에 대한 고민이 컸다. 내가 마침 수비코치로 보직을 바꾼 시기였고 구단에서는 오지환의 가장 좋은 포지션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내 판단은 그것이었다. 지금까지 공을 들인 시간이 있는데 포지션을 옮기면 또 그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유격수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오지환의 포지션은 바뀌지 않았고 이때부터 류지현 코치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먼저 습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을 흘리고 놓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더라. 혹독하게 강조했다. 습관이 바뀌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성격이 급한 편이다. 이를테면 체조를 해도 빨리 마치고 싶어 하더라. 수비도 빨리 플레이를 하려는 생각이 있어서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류지현 감독은 "잔소리를 하도 많이 해서 굉장히 지겨웠을 것"이라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은 오지환에게 "발을 이용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보통 송구가 강한 유형의 선수는 스텝을 잘 쓰지 않는다. 편하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발을 많이 쓰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지금의 오지환은 어깨도 강하고 송구도 강약조절하면서 다리를 많이 쓰는 유형의 선수가 됐다. 다른 선수들은 두 발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포구해서 연결을 하는데 오지환은 송구하는 동작에서 한 발을 더 쓴다. 움직이면서 포구를 한다. 변형된 타구나 불규칙바운드가 와도 커버할 수 있는 능력까지 만들어졌다"
투수 출신이라 어깨만 강한 유격수라는 편견이 있었던 오지환은 이제 수비 만큼은 '완전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어느덧 '국내 최고'라는 극찬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류지현 감독은 "유격수도 안 된다는 평가가 있었던 오지환이었는데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하나 느끼는 것은 선수를 쉽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오지환이 '명품 유격수'로 발돋움하기까지 LG 구단의 인내, 그리고 선수와 지도자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있었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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