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이닝 3실점이 퀄리티스타트인데, 우리 팀 상황을 보면 5이닝 3실점도 괜찮다."
SSG 선발투수 3인방(아티 르위키, 박종훈, 문승원)의 이탈도 1개월 가까이 흘렀다. 김원형 감독에겐 냉정한 판단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오원석은 완전히 자리잡았다. 나머지 세 자리를 이건욱, 정수민, 김정빈, 양선률에 불펜요원 조영우와 이태양까지 나눠 메웠다.
곧 자가격리가 끝나는 샘 가빌리오는 2군 등판을 앞뒀다. 1군 합류는 7월이다. 4~5선발 후보군은 현 시점에선 정수민, 김정빈, 조영우, 이태양으로 좁혀졌다. 여기에 키움 출신 사이드암 신재영이 첫 출격을 앞뒀다.
김 감독의 접근법은 단순하다. 그리고 현실적이다. 개개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풀타임 선발 경험이 일천한 투수들이다. 장점을 살리고, 자신감 있게 맞붙는 모습을 원한다. 5이닝 3실점이면 만족할 수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불펜 투수들에겐 3연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신 최대한 관리해주겠다고 미리 전달했다.
김정빈은 20일 대전 한화전서 4이닝 2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5볼넷 3실점(2자책)했다. 여전히 보통의 선발투수에겐 부족한 내용과 결과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긍정적으로 봤다. 투구수 70개가 넘어가면서 투수코치가 '바꾸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한 이닝만 더 두자고 했다. 4회에 던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점수를 안 줘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자신 있게 던지는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그날 김정빈은 강판 후 투수코치에게 "힘이 빠졌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구속과 구위 모두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어쨌든 김정빈은 최선을 다했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로)첫 번째, 두 번째 등판보다 제구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은 포수 이재원에게 미리 "정빈이는 체인지업을 던지는 능력이 있으니 투 스트라이크 때 빼고는 무조건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게 하라"고 지시했다. 낮은 컨트롤 혹은 헛스윙 유도가 아닌 무조건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만 잡으라는 단순한 지시였다.
물론 불안정한 제구가 흠이긴 했다. 김 감독도 "2스트라이크를 잡으니 힘이 들어가서 공이 뜨는 경향도 있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빈이 1~3회보다 4회에 좀 더 깔끔한 마무리를 한 것에 더 높은 평가를 했다. 그저 "자신감 있는 모습,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면 된다"라고 했다.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25일 창원 NC전서 1군 복귀전을 갖는 신재영에겐 "좋았을 때가 3~4년 전"이라면서 "투구수, 체력이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도 꼭 100구를 던지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면 4~5이닝을 던지는 능력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라고 했다. 부족한 스태미너를 의식하지 말고 매 타자 집중해서 상대하라는 의미다.
물론 단순한 지시가 항상 통하는 건 아니다. 이태양의 경우 16일 광주 KIA전서 5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22일 인천 LG전서는 홈런 5방을 맞으며 5이닝 10피안타 2탈삼진 1볼넷 9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필승조는 1점도 안 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선발투수는 지금 우리 팀 상황이면 5이닝 3실점도 괜찮다. 태양이가 선발로 정착하려면 90~100구를 던질 수 있는 체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실점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신 있게 승부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LG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았다. 이태양 역시 KIA전에 비해 내용이 좋지 않았다. 결국 실전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느끼고, 코치와의 피드백을 거쳐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발경험이 많지 않은 SSG 모든 선발투수의 과제다.
그래도 김 감독은 투수 개개인의 좋은 점을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대응한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완성형 선발투수가 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겐 살 떨리는 자리 싸움이다. 김 감독에겐 인내의 시간이다. SSG에는 채움의 시간이다. 올 시즌 뿐 아니라 SSG 마운드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SSG는 선두 LG에 1.5경기 뒤진 3위다. 나쁘지 않은 6월이다.
[김정빈(위), 신재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SSG 랜더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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