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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이 정도면 ‘퀄리티스타트머신’이라 불러도 손색없지 않을까. KT 위즈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어김없이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며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고영표는 30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3실점(3자책) 호투를 펼치며 KT의 4-3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KT는 5연승을 질주, 단독 1위를 지켰다.
고영표는 KT가 2-0으로 앞선 1회말 2사 상황서 오지환에게 역전 스리런홈런을 허용했지만, 이후 추가실점 없이 7회말까지 버텼다.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간 고영표는 불펜의 무실점 투구까지 이뤄져 시즌 7승 및 원정 6연승을 따냈다.
고영표는 7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졌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고영표는 이에 대해 “감독님도 8회말을 말씀하셔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더블헤더여서 9회까지만 진행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불펜을 가동하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경기 초반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다소 흔들렸다. 오지환에게 역전 스리런홈런을 허용할 때 선택한 구종도 체인지업이었다. “경기 전부터 체인지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운을 뗀 고영표는 “타자들이 그 부분을 생각한 것 같고, 결과도 그대로 나왔다. (허)도환이 형과 상의 후 몸쪽 슬라이더를 자주 구사했다. 그래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사실 몸쪽 슬라이더는 고영표가 이전까지 즐겨 구사하던 승부수는 아니었다. 고영표는 이에 대해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몸쪽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로케이션을 보다 폭넓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변화구 비율이 높았던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고영표는 총 87개의 공을 던졌는데, 체인지업(24개)과 커브(18개)를 주무기로 구사했다. 슬라이더도 12개 던졌다. 고영표는 “이전까지는 횡으로 휘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았다. 이렇게 비율이 나온 건 처음일 것 같다.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선 몸쪽 슬라이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적극적으로 시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KT는 최근 팀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추가 화긴자가 나오지 않아 비교적 빠르게 레이스를 재개할 수 있었지만, 선수들 입장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고영표 역시 “월요일(28일)에 야구장으로 나갔는데 안 좋은 일이 생겨 많이 혼란스러웠다. 집중도 안 됐지만, 잠실구장에 온 후 조금 나아졌다. 1회말에 (투구 내용이)안 좋아서 팀에 미안했고, 나에게 화도 났다. 순위싸움에 있어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멘탈을 더 잡고 경기에 임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 포함 13경기에서 무려 12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이는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데이비드 뷰캐넌(삼성)과 더불어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불어 KT 토종 투수 가운데 한 시즌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2018년에 뛰었던 금민철의 11회였다.
고영표는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인 것 같다. 퀄리티스타트를 하면 승리도 따라올 수 있다. 내 임무이고,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다. 특히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하면 승리했을 때만큼 기쁘다. 다음에는 무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더불어 “시즌 전에는 팀 전력이 좋아진 상황에서 적응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고영표.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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