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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통영 김진성 기자] "날개를 단 것처럼 잘할 것 같은데요?"
KB 가드 허예은은 신인이던 2019-2020시즌부터 확실히 또래들과 달랐다. 현대농구의 1번은 2번 스타일로 바뀐 지 오래됐다. 이제 국내에도 운동능력과 1대1 공격력을 갖춘 듀얼가드가 많다. 그들이 정통 1번이다.
반면 허예은은 스피드가 그렇게 좋지 않다. 대신 경기조율, 정확히 말하면 흐름에 따른 템포 조절에 능하고, 날카로운 패스능력을 지녔다. 요즘 KBL, WKBL 대부분 간판가드에게 살짝 떨어지는, 천부적인 패스센스가 허예은에겐 있다. 농구관계자들은 흔히 말해 '가르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슈팅능력과 파워는 약점이다. 현대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2대2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볼 핸들러의 공격력이 떨어지면, 수비 입장에선 대처하기 너무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팀 디펜스에서도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다.
때문에 지난 2년간 정규경기서 허예은이 뛸 때, 상대가 그렇게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허예은으로선 이번 비 시즌이 중요하다. 슈팅능력의 약점, 1대1, 2대2 등의 전개에서 몸싸움이 부족한 약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했다. 특히 슈팅능력을 끌어올려 수비수를 바짝 붙이면, 장점인 패스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통영에서 진행 중인 2021 삼성생명 박신자컵 서머리그. KB는 예상을 깨고 다크호스 삼성생명, U19 대표팀 등을 잇따라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BNK에서 보상선수로 영입한 엄서이의 초반 활약, 김소담의 꾸준한 활약이 있었다.
그러나 허예은이 실질적으로 KB의 공수를 이끌었고, 경기를 지배했다. 물론 박신자컵은 저연차 위주의 대회다. 백업들로 경기를 진행한다. 그렇다고 해도 허예은의 성장은 확실히 돋보였다. 15일 U19 대표팀과의 준결승 막판, 스크린을 받고 순간적으로 올라가 성공한 오픈 3점포와 미드레인지 점퍼는 백미였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견제하지 않았다고 해도, 슛 타이밍과 정확성이 남달랐다. 슛 교정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유의 좋은 패스워크도 여전했고, 힘이 붙으면서 1대1 매치업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KB 진경석 코치는 "예은이가 공을 끄는 경향도 있었다. 윙맨들이 미트아웃을 해야 했는데, 세트오펜스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라면서도 "작년 컵 대회와 비교할 때 수비도 쉽게 놓쳤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템포로 수비수를 제치는 센스나 패스는 타고 났다. 2대2도 잘하고, 이번 비 시즌에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웨이트를 하면 체력도 좋아지지만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했다.
예선 삼성생명전서 이주연의 수비에 다소 고전했다. 힘이 좋은 이주연의 앞선 압박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진 코치는 "전반에 예은이가 잡혔다. 후반에 상대가 스위치를 하면 윙에게 줘서 넓혀서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더라"고 했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좋아졌다.
허예은은 "슛을 빨리 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슛을 시도할 때 올라가면서 살짝 멈추는 과정이 있었다. 그 모션을 없앴다. (김완수)감독님도 좀 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한다. 시즌 끝나고 생각을 많이 했다. 비 시즌부터 준비를 착실히 했고, 스킬트레이닝도 받았다"라고 했다.
허예은의 결론은 "되게 많이 눈치 봤다"다. 구체적으로 "식스맨이라는 위치가 그렇다. '슛을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 모습부터 버리는 게 맞다.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고, 근육량을 27%에서 28%로 늘렸다"라고 했다.
이제 관심사는 정규경기 경기력이다. 슈팅능력이 좋은 심성영과의 투 가드도 가능하고, 허예은 홀로 경기를 운영할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KB는 최강빅맨 박지수에 WKBL 최고슈터 강이슬이 있다. 허에은의 장점을 더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진 코치는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지수와 이슬이가 들어오고 (염)윤아도 있으면, 공을 더 간결하게 나눠줘야 한다. 지수나 이슬이도 공격에 욕심이 있는 선수들이라 공을 안 주면 달라고 주문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흐름에 맞는 셀렉션이 중요하다는 뜻. 이 부분은 KB의 차기시즌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 허예은의 성장이 정규경기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허예은은 "그러면 날개를 단 것처럼 잘할 것 같다. 외곽에 이슬 언니, 골밑에 지수 언니가 있으면 너무 큰 축복이다. 언니들과 같이 뛰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로 줘도 어시스트가 되지 않겠나. 마음대로 주겠다"라고 했다.
[허예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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