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키움으로선 차라리 지금이 낫다.
이젠 LG맨이 된 서건창. 그는 2021시즌 연봉협상에서 뜻밖의 행보를 했다. 지난 시즌 연봉 3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2억2500만원에 사인했다. 키움은 서건창에게 3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즉, 서건창이 9500만원 '셀프 삭감'을 키움에 요청했다.
서건창은 4월 3일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혼자 결정한 건 아니었다. 에이전트와 상의해 선수로서 좀 더 나은 앞날을 위해 결정했다"라고 했다. 결국 서건창의 연봉 '셀프 삭감'은 FA 등급제, 즉 B등급을 의식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행 FA 규정상 구단 연봉 상위 3명, 전체 연봉 상위 30명(FA 계약자 제외)은 A등급이다. 타 구단이 A등급 FA를 데려가면 원 소속구단에 전년도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아니면 전년도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B등급 FA는 A등급 FA보다 타 구단 이적이 수월하다. 보상규모는 전년도 연봉 100%와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 아니면 전년도 연봉 200%. 리그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라면 당연히 A등급보다 B등급일 때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FA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 구단들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즉, 키움으로선 서건창의 연봉 셀프 삭감으로 FA 시장에서 붙잡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 건 사실이었다. 어쨌든 등급은 시즌 후 결정되지만 연봉이 낮아지면서 보상금액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 공수주를 두루 갖춘 내야수를 원하는 팀은 적지 않다. 보상 규모가 낮을 수록 타 구단의 수요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가정해보자. 키움이 서건창과 올 시즌을 완주한 뒤 FA 시장에서 붙잡지 못한다면 정찬헌 같은 선발투수를 보상선수로 영입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키움 고형욱 단장도 27일 전화통화서 "정찬헌 같이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돌 수 있는 선수가 25인에서 빠지긴 어렵다"라고 했다.
키움은 한현희와 안우진의 징계, 제이크 브리검의 이탈로 선발진의 타격이 크다. 정찬헌 영입은 가뭄의 단비다. 더구나 키움은 젊은 내야수를 잘 육성하는 팀이다. 고 단장도 "(신)준우, (김)휘집이, (김)병휘 등이 있다.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면 된다"라고 했다.
물론 키움은 서건창이 시즌을 완주할 경우 FA 시장에서 붙잡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서건창이 FA 시즌을 앞두고 먼저 전략적으로 움직였고, 키움도 B등급 FA가 될 가능성이 큰 주전 2루수를 시즌 중 트레이드로 정리하며 부족한 파트를 보강했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다.
그렇다면 LG의 상황은 어떨까. 올해 FA 계약자를 제외하고 유강남과 채은성이 3억원으로 가장 비싼 몸이다. 서건창은 LG에서 FA 계약자를 제외하고 연봉 3위다. LG에서 올 시즌을 마치면 FA 시장에서 A등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서건창의 진심은 어떨까. 이 트레이드는 LG가 먼저 움직여서 성사됐다.
[서건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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