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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두산 우완투수 이영하(24)의 연관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17승'이다. 이영하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훨훨 날았고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도 출전하며 '차세대 우완 에이스'라는 칭호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영하는 지난 해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로 부침을 겪었다. 17승 투수가 선발과 마무리 보직을 오간 것만 봐도 그의 부침을 읽을 수 있다. 올해 그는 부활을 다짐했고 겨우내 운동량을 늘리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다가왔고 '학폭 논란'까지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흔들렸다.
올해 이영하는 1승 4패 평균자책점 9.82로 기록이 좋지 못하지만 후반기 부활의 희망을 엿보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잠실 롯데전에서 6⅓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324일 만에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전반기 막판에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기에 가면 원래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리그가 중단된 현재, 이영하는 하루 빨리 후반기가 개막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는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비시즌에 운동을 많이 해서 이전보다 좋은 몸 상태였고 페이스도 좋았지만 부상이 한번 찾아오고 개인적인 일도 겹치면서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혼자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라며 "아무래도 멘탈이 문제였다. 하다보면 안 좋을 때도 있는데 그것에 빠져들게 됐고 타자보다는 나 자신과 많이 싸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팀 내부에서는 이영하를 두고 "구위는 괜찮은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를 했다. 이영하는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가 잃어버린 멘탈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이천 베어스필드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회복세가 뚜렷했다.
"2군에 내려가서 운동에 집중했다. 2군에 계신 코치님들도 계속 지켜봐주셨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이영하는 "이천에만 있다보니 사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에 아무 것도 없고 야구장만 있어서 그런지 잡다한 생각도 사라지고 야구만 할 수 있었다. 처음 한 달까지는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40일이 지난 뒤에는 빨리 1군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영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내가 왜 피해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는 이영하. 이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회복한 그는 하루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전반기 막판에 좋아지면서 더 던지고 싶었다.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빨리 후반기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리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는 후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첫 번째다"라는 이영하는 "나는 2019년으로 돌아가서 던질 마음은 없지만 결과가 좋으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돌아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운드에 오래 있고 싶고 잘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17승이라는 화려한 과거와 올해 그에게 닥친 시련을 뒤로 하고 이제 그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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