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롯데 성민규 단장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해명하기 바쁘다. 손아섭을 NC에 뺐긴 것에 대한 팬들의 항의에 억울하다며 유튜브에 출연하고, 통신사 인터뷰에 나서서 ‘격정 토로’를 하고 있다.
팬들이 모르는 것들이 있다면서 나름대로 성단장은 합리적인 근거를 대고 있다. 근거의 근간은 두가지이다. ‘대안’과 ‘미래가치’로 요약할 수 있다.
손아섭에 대해서 성단장은 몸값을 공개했다. 그 누구도 FA협상에 나섰던 당사자가 몸값을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그는 이를 공개했다.
성민규 단장의 입을 빌리면 내부적인 프로그램을 돌려봤더니만 손아섭의 몸값은 30억원대 중반이었다.
그렇지만 성단장은 그동안의 팀 기여도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을 감안, 4+2년에 59억원을 베팅했지만 NC의 4년 64억원에 밀렸다는 것이다.
손아섭을 놓친 것에 대해 성민규 단장은 놓친 것이 아니라 보내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 단장은 "내부 FA의 몸값은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확신에 차 있다.
연합뉴스에 나온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 "대안이 아예 없다면 손아섭이 부르는 대로 다 줘야 한다. 물론 우리도 대안이 있긴 하지만 100% 만족할만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2년 59억원'이 나온 것이다. 100% 만족할만한 대안이 있었다면 오퍼 자체를 안 했다. 다만 그 선을 넘어가면서까지 협상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64억 가치가 없고 대안이 있기에 손아섭을 보내줬다는 말이다. 앞으로 손아섭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수긍이 간다.
그리고 대안으로는 손아섭이 떠난 자리는 추재현(언더핸드 투수)과 김재유(오른손 투수) 신용수(왼손투수)를 강한 면모를 보이는 투수가 나왔을 때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성단장은 이 선수들에 대한 확신 또한 갖고 있지 못한다고 발언을 했다.
이제 정훈을 보자. 그는 1987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36살이다. 1988년생 손아섭 보다 한 살 많다.
나이만 보자. 과연 정훈의 미래가치가 손아섭의 미래가치보다 더 높을까? 미래가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손아섭은 오랬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중장거리포에서 소총으로 변신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 해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했다.
통산타율 2할7푼7리 정훈은 어떨까? 2015년 3할을 치다가 2년만에 2할4푼8리로 떨어졌다. 2018년 다시 3할대 타자가 됐지만 다음해에는 2할2푼6리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롤러코스터 성적을 내는 선수에 대한 프로그래밍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버그'로 계산오류가 나오지 않을까? 참고로 손아섭의 15시즌 통산타율은 3할2푼4리이다. 정훈의 12시즌 2할7푼7리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이런판인데 성민규 단장이 정훈을 잡는다고?‘미래가치’와‘대안’을 중시하는 성단장으로서는 정훈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래야만 손아섭을 보낸 이유가 성립된다. 하지만 정훈마저 놓치면 팬들의 성화에 또 시달릴게 뻔하니 잡을 것 같다.
그럴 때 성단장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미래가치는 솔직히 입에 담지 못할 듯 하다. 그 누가 봐도 미래가치는 손아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가지이다.‘대안’이다. 대안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1루수로 이대호나 전준우를 돌려막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성단장 입장에서는 대안으로 부족했다고 하면 된다.
또 하나. 돈이다. 롯데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을 돌려봤는데 정훈의 가격은 얼마였다. 그런데 정훈은 이보다 더 적게 불러서 잡을 수 있었다. 이런 논리밖에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단장이 정훈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재까지로는 정훈에게도 터무니 없는 돈을 제시했기에 정훈이 쉽게 사인을 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걱정된다.“물론 이러한 계획이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계획을 짜고 가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것과 그냥 가는 건 다르다.”
맞는 말이다. 당연히 리더라면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계획도 세워야 한다.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신기루’라는 말이 나왔다. 신기루는 환상이고 착시이다. 지금 '착시현상'에 빠진 탓에 롯데가 하루아침에 신기루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본인이 인정한 것이다.
성민규 단장은 떠나버리면 되지만 40년을 응원한 롯데 팬들은 그야말로‘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된다. 제발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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