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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정우성(48)이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돌아왔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2016)에 이어 그가 선택한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동명의 단편 영화를 접하고 "인류가 물을 찾아 달로 간다는 역설적인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참여했다는 정우성은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발판 삼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SF 시리즈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2021)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면 '고요의 바다'는 생경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달 한 가운데에 버려진 발해기지에서 펼쳐진다. 배우 배두나, 공유,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 등이 주연했다.
4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정우성은 시리즈가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3위에 올라선 것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배우로서 참여할 때는 캐릭터 구현이라는 하나의 목적만 있으면 되는데 제작자로서는 많은 것을 지켜봐야 했다"라며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전 세계 많은 시청자의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평가받는 게 크게 부담스러웠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작은 역시 어렵다"라고 소감을 전한 그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사랑이라는 관념에 관해 이야기한 거라 어렵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출연과 함께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제삼자의 시선을 많이 놓친 기억이 있다"라며 "'고요의 바다'에서는 제작자로서 참여했기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해결하는 순발력이 필요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세계관이 독특하다. 달의 기지를 어떻게 구현해서 전달하느냐가 평가의 기준점이 될 거로 생각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예상했다"라며 "예상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왜 안 좋게 봤는지 냉정하게 끊임없이 새겨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라고 자평했다.
글로벌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흥행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것에 대해선 "가혹합니다"라며 웃었다. 정우성은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인 사회적 현상을 만든 작품이다. 가질 수 없는 우연이다. 제작자나 감독, 배우가 의도해서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준을 두고 작품을 본다면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를 오히려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참고한 작품이나 눈여겨본 제작자가 있느냐고 묻자 "작업을 할 때 레퍼런스를 두고 누군가를 동경하고 누군가처럼 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며 "스스로 어떤 제작자로 보여질지 입증하는 과정이다. 제작에 발을 들인 이상 앞으로 입증해나가야 할 작업"이라고 답했다.
주역 김선영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과거 정우성이 연극 '모럴 패밀리'를 관람한 뒤 거액의 제작비를 선뜻 후원해줬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모럴 패밀리'는 김선영이 제작, 김선영의 남편 이승원 감독이 연출한 연극이다. 정우성은 "김선영 배우가 제 앞에서 이야기해서 부끄러웠다"라며 "연극계가 어렵다는 말씀 많이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어 "작은 연극이 세상에 보이기 위한 스폰서십이 많이 일어나길 바랐다"라며 "젊은 배우들이 너무나 가슴 저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열악한 극장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데 값어치가 커보이더라. 그런데 멋진 작업을 하는 배우들이 따뜻한 물로 씻을 수도 없는 열악한 공연장이었다. 조금 더 따뜻한 극장에 관객을 편하게 앉히고 연극을 선보이면 더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 = 넷플릭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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