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소액주주 17만 4,000여명이 회사 전체 주식의 약 93%를 보유하고 있는 신라젠은 끝내 상장폐지의 길로 갈 것인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가 18일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1년 8개월 간 주식거래가 정지됐던 국내 바이오기업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하지만 기심위의 이번 의결은 최종 결론이 아니다. 신라젠과 소액주주들은 상폐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최소한 2차례의 기회가 더 남아있기 때문에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다. 기심위의 첫 결정이 일단 상폐 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점에서 께림칙하지만.
이제 신라젠의 운명은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갔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앞으로 20영업일 이내에 심의를 열고 상장폐지 혹은 개선기간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서도 상폐 결정이 나올 경우 신라젠은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2차 심의가 열린다.
결국 신라젠의 상폐 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라젠 사태의 출발은 지난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거래가 중지됐다.
신라젠의 거래 정지 직전 마지막 거래일 주가는 1만2100원, 시가총액은 1조 2,446억원이었다. 2020년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 수는 17만4186명으로 보유 주식의 92.6%에 달한다.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는 8000억원이 넘는다.
주식거래가 정지된 2개월 뒤, 신라젠은 거래소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같은 해 11월 30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최대 주주 변경 등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고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라젠은 2021년 4월 엠투엔을 기업인수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엠투엔은 같은 해 6월 신라젠에 600억원을 투자하여 지분 20.75%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엠투엔의 서홍민 회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처남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라젠은 이후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거래소에서 주어진 개선기간 중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리고 개선기간 1년을 마친 다음달인 지난해 12월 21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으나 결국 상폐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신라젠은 기심위의 상폐 의결 직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앞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게는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신라젠은 “현재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개월간 투자금이 묶인 채 희망고문을 당해 온 소액주주들은 기심위의 결정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들은 “주식거래 재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학수고대를 했는데 피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고, 또 다른 주주는 “신라젠이 거래소의 개선조건을 충족시켰는데 상폐 의결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열풍의 한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신라젠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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