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토종 좌완투수들의 지형도가 바뀔까.
21세기 들어 한국 최고 왼손투수는 단연 류현진(35, 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류현진이 쌓아온 커리어 보면 역대 한국 최고 왼손투수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류현진의 뒤를 이어 1988년생 동갑네기 김광현(FA)과 양현종(KIA)이 꼽힌다. 이들은 국제대회서 확실히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투수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잔류를 추진하는 반면, 양현종은 미국 도전을 1년만에 마치고 KIA와 4년 103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 좌완은 단연 양현종이다. 425경기서 147승95패9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연속 10승 이상 따내며 170이닝 이상 꾸준히 소화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5년 연속 180이닝 이상 던졌다. 특히 2016년에는 200.1이닝을 먹었다. 2018년(4.15)과 2020년(4.70)에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2015년(2.44)과 2019년(2.29)에는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누가 뭐래도 지난 6~7년간 가장 잘 던졌고 가장 꾸준한 투수였다.
이런 양현종의 대항마, 특히 젊은 왼손투수가 나타나지 않는 게 한국야구의 고민거리였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지난해 팀 후배 이의리가 신인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선발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김진욱(롯데)도 구원투수로 자리 잡으며 이의리와 함께 도쿄올림픽까지 나갔다.
2002년생 동갑내기 이의리와 김진욱은 이제 갓 1년 두각을 드러낸 왼손투수다. 양현종과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이만한 씨앗도 나오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반가워할 만하다. 이의리는 지난해 19경기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김진욱은 39경기서 4승6패8홀드 평균자책점 6.31이었다.
이의리는 고졸 1년차답지 않게 경기운영능력이 좋다는 강점이 눈에 띄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최고 145.4km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두루 섞었다. 각 구종의 품질과 커맨드, 피칭 디자인이 보통의 1년차와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기복도 있었고 후반기 개인 부주의에 의한 부상이 옥에 티이긴 했다.
그래도 희망이 크다. 이의리는 지난해 시상식에서 양현종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다. "모든 걸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그 장이 내달 1일 함평에서 열린다. 이의리가 '양현종 버프'를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실전서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김진욱은 장기적으로 롯데도 선발 한 축으로 여긴다. 지난해에는 선발로서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짧은 이닝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역할로 괜찮다는 판단에 구원 등판했다. 실제로 구원투수로 적응을 잘 했다.
다른 팀으로 눈을 돌려 봐도 젊은 왼손 영건은 많지 않다. SSG 오원석(21), LG 김윤식(22), 키움 이승호(23) 정도다. 이의리, 김진욱과 함께 1998년생 이하로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왼손투수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일단 소속팀에서 좀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양현종이 왼손 영건들에게 한 수 지도하는 모습, 왼손 영건들이 양현종에게 자극을 받아 발전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올까. 류-김-양의 계보를 잇는 일,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양현종(위), 김진욱과 이의리(가운데).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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