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는 모르겠어요.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선택했거든요."
김혜수는 4일 오전 마이데일리와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며 작품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년 범죄'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글로벌 순위가 첫 집계된 지난달 26일 기준 31위로 출발해 지난 1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올랐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총 8개 국가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캐나다에서는 7위, 프랑스에서는 10위에 오르는 등 북미와 유럽권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극 중 김혜수는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로 새로 부임한 심은석 역을 맡았다. 심은석은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인물이다. 냉정하고 차갑게 오직 소년범죄사건에만 몰두하며 잘못을 한 자에게 단호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위해서라면 기존의 관습을 깨버리는 과감함도 지녔다.
이날 김혜수는 "사실 '소년심판'을 준비하면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에 가장 큰 마음을 담았다. 처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작점부터 작품이 진행되고 후반 작업이 될 때까지 기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진심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임했다"며 "시청하는 많은 분들이 그 메시지에 공감해주시고 실질적으로 바랐던, 이 작품을 통해 소년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큰 사랑에 대한 인사를 전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죄에 대한 혐오와 배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작품 역시 아니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소년범에 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와 고민거리를 던지고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 김혜수는 "재미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일 가까운 분께 '우리 혜수가 출연했지만 시작할 때 결심을 하고 봐야겠더라'하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첫 회를 보면서 멈출 수가 없었고 극적인 재미가 있지만 정비례하게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고 하셨다. 나에게 '혜수야 고마워. 이 작품 출연해줘서 고마워. 이런 작품이 만들어져서 너무 감사하다'며 제작진에게 전해달라고 하셨다.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소년범죄나 소년범들에게 사실 관심이 있었구나, 그 관심의 방향에 대해 이런 가이드가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소년범죄, 소년범, 소년범을 다루는 법관이나 현장에서 교화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 스스로도 감사했고. 작품을 준비할 때 '절대 놓치지 말자'면서도 '그래서 더 재밌게, 잘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마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김혜수의 부담감도 컸다. 대본이 일찍 나왔고, 준비할 시간도 많았지만 촬영 어느 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쉬울 수가 없는 작품이었고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큰 작품이었다. '소년심판'을 준비하며 알게 됐고, 느끼게 됐고, 어떤 고민을 하게 됐고, 심은석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는지, 심은석의 말이나 태도,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까지 고민했다. '소년심판'은 김혜수에게도 남다른 무게감이 있었던 작품이다.
김혜수는 "이렇게 미디어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 나오기 쉽지 않다.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고 정말 제대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부담이 있었다"며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현장에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하고 나갔다. 촬영을 하고 다시 준비하고의 반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수가 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소년심판'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였다. 김혜수는 "사회적인, 우리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 주제를 던지는 작품. 이런 작품들이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드라마로서의 흥미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실제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싶었다. 그래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은석은 소년범이나 소년범죄에 대해서 굉장히 냉철하게 집중을 하고 사건을 판결한다. 하지만 김혜수는 심은석을 초지일관 혐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혐오하되,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행동하고 질문을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소년범죄나 소년범을 저주하고 혐오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고려하고, 염두에 두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굉장히 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주 이상적인 판사.
이를 위해 김혜수는 실제로 많은 판사들을 만났다. '소년심판'의 대본에는 김혜수가 만났던 판사들의 일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김혜수는 "우리 대본 정말 취재 잘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소년 법정 참관도 최대한 했다. 실제 소년범들을 대하는 판사들의 방식, 태도 이런 것들을 많이 참고했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청소년 범죄에 대한 문제에 집중했다. 가능한 실제 사건이나 인물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은석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심은석에 집중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았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비행청소년 서유리(심달기)를 대하는 장면 역시 그랬다. 김혜수는 "심은석은 설사 설득이 되더라도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려서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구한 적이 있다"며 회상했다. 피해자의 가족을 대하는 장면 역시 심은석으로 버티기 쉽지 않았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때문인지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함께한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무열을 두고는 "작품 전체의 흐름을 굉장히 잘 본다. 정말 작고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연기했다"며 "너무 좋은 파트너였다. 참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극찬했다. 전작에서 함께한 이정은에 대해서는 "참 좋은 배우다. 인간적으로 어른스럽고 따뜻하다"며 "이정은 배우의 인격과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경험한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별과 나이가 다른 백성우 역의 이연이, 처음 연기에 도전한 황현정, 단 한 신을 마주쳤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강채영 등 신인 연기자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는 "이연우 배우는 청소년 남자가 아닌데 정말 백성우 같았다.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나 저력이 있는 배우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런 배우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황현정 배우와는 연기하면서 깜짝 놀랐다. 정형화된 연기를 할 줄 알았는데 상대를 똑바로 볼 줄 알았다. 핵심에 가까운 내공이 처음 연기하는 어린 배우에게서 나왔다. 강채영 배우는 정말 차분하게 인물을 표현했다. 덕분에 연기를 하며 가장 인물에게 집중이 됐다. 상당히 인상적이라 제작진에게 이름을 물어봤다"고 한 명, 한 명 꼼꼼히 장점을 꼽았다.
'소년심판'은 김혜수에게도 변화를 불러왔다.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스스로 청소년 범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직간접적인 경험을 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관심이 소년 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분노하고 어떠한 사안에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적인 접근이었음을 인정했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편협했음을 반성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보는 이들 역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의 인식이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또 관심이라는 게 일시적으로 불타올랐다가 일상을 살면서 쉽게 잊히잖아요.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인 시스템,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됐고요. 판사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소년범죄 재발률이 굉장히 높은데 아이들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변하기도 한다고 해요. 이게 바로 청소년 범죄의 다른 점이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제도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년심판' 속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로 김혜수는 자신의 '소년범을 혐오한다'를 꼽았다. 다만 김혜수가 생각하는 심은석은 단순히 혐오라는 맥락 그대로의 사람은 아니다. 혐오하되 어떤 책임을 가지고 판결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다. '오늘 판결을 소년범들에게 처분을 내리지만 이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가 함께 느껴야 한다', '오늘 판결을 떠나서 지금 나는 몇 명의 희생을 딛고 이 자리에 서있나'라는 대사 또한 언급했다.
김혜수는 "차태주의 '소년범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한다.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못한다. 그게 내가 판사가 된 이유'라는 대사가 있다. 실제 법관들이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신다"며 "소년범을 비난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한다. 변명의 여지를 주자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것들을 조성했고, 어른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아이들을 이끌고 그 이후를 고민했나. 그 생각을 하게 하는 대사였다. 그런 대사들이 종종 있다"며 곱씹었다.
그러나 심은석은 스스로는 판사고,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는 검사면서 피해자 가족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혜수는 '원래 법이 그래'라는 대사가 가슴 아팠다고 언급했다. 현실에서 법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 법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아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도 존재했기 때문에, 법관으로서의 자괴감 또한 느껴졌다고. 덕분에 김혜수는 짧은 순간이지만 몸과 마음이 극한에 상황에 놓인 경험을 했다.
이렇듯 '소년심판'은 어른과 사회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김혜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래 연기를 하고, 배우로서 드러낸 시간이 많은 데다,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김혜수는 "실제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은 부분이 아주 많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태도나 행동에 일관되지 않을 때도 참 많다"며 미소 지었다.
"다만 살아가면서 그 순간순간 내 앞에 다가온 삶, 관심을 가진 대상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성숙하기를 바라요. 이 나이에 나는 아직 그런 단계예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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