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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V리그가 또 멈췄다. 여자부가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일정이 중단됐다. 두 번째 리그 중단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5일 "GS칼텍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4명이 발생함에 따라 GS칼텍스 확진 선수의 코로나19 검체 채취일인 4일부터 10일의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라면서 "오는 13일까지 경기가 순연되며 14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올시즌 코로나가 덮치면서 V리그가 중단될 때, 그리고 경기가 재개된 후 등 여러 사정을 보면서 KOVO최고 책임자인 조원태 총재는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진다.
지난 2월 여자부와 남자부가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배구판은 사실상 비상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KOVO는 ‘코로나 시국’을 대비해서 V리그를 시작하기전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며 이 매뉴얼에 따라 모든 행정이 이루어진다고 자랑했다.
맞다. 14개 구단이 리그 시작전 만들어 놓은 규정이 있기에 여기에 따라 KOVO는 리그를 운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구단에 확진자가 나오고 리그가 중단되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일수록 총재가 각 팀의 사정을 알아보고 총재의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5일 남자부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를 3-0으로 물리쳤다. 대한항공은 리그 중단의 단초를 제공했는데 격리기간 10일이 지난 후 10일 남짓 연습을 했고 삼성화재는 조심조심하다 늦게 걸린 탓에 이틀밖에 훈련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해 완패했다.‘복불복’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럴 때 총재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도 GS칼텍스도 이런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KOVO는 매뉴얼에 따라 총재가 이사회를 거쳐서 올라온 사안이기에 집행했다고 항변할 것이다. KOVO규정상 총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총재는 영어로 커미셔너라고 한다. 커미셔너는 ‘그 단체의 모든 사업을 운영하고 품위, 질서 유지를 위해 전권이 위임된 최고 책임자’이다.
조원태 총재도 커미셔너이다. KOVO 홈페이지 영어판에는 ‘Korean Volleyball Federation Commissioner Walter Cho’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이런 비상시국에 배구판 전체를 위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사회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난 2020년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도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한다. 해외여행객이 급감하자 여객기의 의자를 뜯어내고 화물기로 변경하는 결단을 내린 덕분에 대한항공은 코로나 파고를 넘어 좋은 실적을 올렸다.
대한항공도 이미 만들어 놓은 '코로나 매뉴얼'대로만 했더라면 LCC처럼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결단이 리더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룹에서는 최고 경영자이면서 그룹 오너가 리더이고 KOVO에서는 커미셔너인 총재가 리더이다. 코로나 비상시국에 매뉴얼대로만 할 것 같으면 총재가 필요없다. 그냥 이사회만 있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사들은 자기들 팀의 이익만 내세우는 사람들이다. 리그 중단에 따른 팀 성적만 생각하지 리그 전체를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매뉴얼만 따지지 말고 커미셔너가 나서서 특정 팀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KOVO총재가‘매뉴얼 총재’로만 권한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비상시국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배구판을 이끌어나가는 커미셔너 역할을 했으면 한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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