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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러시아군의 지속적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동물원에 코끼리, 기린, 얼룩말, 고릴라, 여우원숭이 등 많은 동물들이 남겨져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키이우 외곽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에 있던 사자와 호랑이 등은 전쟁 발발 직후 인접국 폴란드의 동물원으로 피난을 갔지만, 피난처나 운송 수단을 찾지 못한 동물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동물들을 24시간 돌보기 위해 직원 약 50명은 아예 동물원 부속시설로 거처를 옮겼고, 직원 가족 약 30명도 함께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키이우 동물원에 남겨진 동물들도 현재 전쟁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 공격이 계속되면서 키이우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키이우 동물원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공습으로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
이곳에 남은 직원 중 한 명인 립첸코(Rybchenko)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같은 또래 남성들과 달리 현지 군대에 합류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침략에 맞서는 나만의 방법은 이 동물들을 살리는 것이다. 이곳 동물들은 러시아군 공격을 받을 경우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결국은 죽게 될까 봐 너무나도 두렵다"고 말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하루 종일 울리는 공습사이렌과 폭발음 탓에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울리는 폭발음과 사이렌, 밤이 되면 여지없이 울리는 총성을 견디고 있는 동물들은 이미 겁에 질린 상태다.
이 동물원의 카일로 트란틴 이사는 "우리는 공습사이렌이 울리는 동안 수족관, 새 우리 등에 몸을 숨기지만 코끼리나 기린같이 몸집이 큰 동물들은 땅 아래로 피신할 수 없다"면서 "이들은 숨거나 도망칠 공간이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포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정 동물들을 내부로 옮겼으나 전쟁 소음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동물원 측 설명이다.
열일곱살 코끼리 호레이스는 거대한 귀와 민감한 성향으로 시끄러운 소음에 특히 취약하다. 불안해하는 호레이스를 위해 직원들은 매일 밤 교대로 우리 안에서 잠을 청한다. 호레이스가 소음으로 깰 때면 사과를 건네고 진정을 찾을 때까지 말을 건넨다.
전쟁 중 키이우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여우원숭이는 젖을 물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미에게 버림을 받았다.
직원들에 따르면 여우원숭이가 새끼를 버리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직원들은 어미와 새끼가 전쟁 소음 탓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결과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여우원숭이를 보호소로 옮겨 보살피고 있는 직원들은 새끼가 전쟁 중에도 무사히 태어난 것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터키산 무인기 '바이락타르(Bayraktar)'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불행 중 다행으로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기 약 일주일 전부터 전쟁 가능성에 대비한 덕에 현재 동물원은 이들이 2주간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을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공급 경로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 생존에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직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자체적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정원 시스템을 가꾸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진:여우원숭이 이미지. /AFPBBNews]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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