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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가던 일가족을 러시아군의 포격에 의해 잃은 세르히이 페레비니스. 그가 아내와 두 자녀의 사진을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피란가던 일가족 3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희생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례적으로 신문 1면에 일가족이 희생된 사진을 실으며 전쟁의 비극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NYT는 숨진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인터뷰를 통해 이 가족들의 '전쟁 비극'을 전했다.
NYT에 따르면 세르히 페레비니스는 동갑인 테티아나와 2001년에 결혼해 두 자녀 미키타(18)와 앨리사(9)를 낳고 키이우 외곽 마을에서 사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페레비니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월 중순 코로나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머물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그 지역은 폐쇄되면서 가족과 떨어지게 됐다.
집에 혼자 남았던 아내는 두 자녀와 키이우로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참혹한 비극이 펼쳐진 그날, 페레비니스는 밤새 아내의 휴대전화에 있는 위치추적 앱으로 동선을 확인했다. 당시 가족은 지하실에 숨어 있었다.
이튿날 오전 10시에 키이우에 있는 한 병원에서 신호가 잡혔고, 약 30분 뒤 그는 트위터에서 아내의 대피 경로에서 박격포 공격으로 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게시물을 봤다.
30분가량 후에 소셜미디어에 불길한 소식이 올라왔다.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대피하던 일가족이 러시아군 포격에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올라온 사진 속에서 나뒹구는 짐을 보고 가족임을 확인한 페레비니스는 절규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페레비니스의 아내와 두 딸. /트위터]
그는 NYT에 "(피격) 바로 전날 밤 아내에게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페레비니스의 안타까운 사연은 트위터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NYT는 일가족이 희생된 사진을 1면으로 보도하며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 페레비니스와 회계사였던 테티아나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페레비니스는 "아내와 결혼 생활 동안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가족을 잃은 그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군은 당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강력한 저항으로 맞서자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잔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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