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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맞붙었던 지난 해 8월 8일(이하 한국시각) 오클랜드 콜리세움. 텍사스는 3-12로 크게 뒤지자 8회말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브록 홀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홀트는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출전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 이번에 마운드에 오른 것도 개인 통산 세 번째였다.
홀트의 투구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흔히 '아리랑볼'이라 부르는 이퓨스를 던졌는데 구속이 31마일(50km)에 지나지 않았다. 색다른 볼거리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홀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조쉬 해리슨을 2구 만에 투수 땅볼로 제압한 홀트는 맷 채프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채프먼이 2루에서 아웃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어 토니 켐프를 상대로는 83마일(134km) 패스트볼을 구사해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결과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었다.
홀트는 최근 '브래드포 쇼'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가 50km에 불과한 아리랑볼을 던진 사연이 있었다.
홀트는 "나는 불펜에서 몸을 풀면서 이퓨스를 던지고 있었다. 그러자 우측 외야의 관중들이 나를 보면서 소리치고 장난을 쳤다"라면서 "어떤 관중은 '이봐, 브록! 경기에서도 그렇게 던지면 내가 20달러를 줄게!'라고 소리를 쳤다. 그래서 나도 '좋다. 끝나고 덕아웃에서 보자'라고 답했다"라고 관중과 '내기 한판'을 벌였음을 밝혔다.
그러나 홀트는 결국 20달러를 받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20달러를 주지 않았다"는 홀트는 "그런데 인스타그램으로 온 메시지를 확인하니 그의 조카들이 '정말 멋졌어요. 저희 삼촌이 당신에게 20달러를 빚을 졌네요'라고 보냈더라. 그래서 나는 지금도 20달러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홀트는 당시 이퓨스를 던졌던 공을 기념구로 간직하고 있다. "내가 보관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 클럽하우스 직원이 다가와 '네가 던진 공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30마일짜리 공이야'라고 말해주더라"는 홀트는 "나의 통산 첫 안타, 첫 홈런 기념구 옆에 보관하고 있다. 나는 그 공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느린 투구'라고 썼다"라고 말했다.
텍사스 시절 양현종과 함께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인연도 있는 홀트. 만약 그가 또 한번 마운드에 설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무슨 공을 던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브록 홀트.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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