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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 생방송 중 스튜디오에 들어온 마리나 옵샤니코바가 '전쟁 반대'라고 적힌 종이를 펼치는 모습을 방송국 직원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가 생방송되던 중 한 여성이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No War)’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이 손팻말에는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었다
앵커가 애써 태연한 듯 뉴스를 읽었지만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4초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채널1의 편집자 겸 제작자인 마리나 옵샤니코바(44)이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인 그는 국영 언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깜짝 시위’ 전 직접 촬영한 영상에서 “러시아는 침략국이며 침략의 책임은 오직 푸틴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간 채널1에서 근무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선전을 해왔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고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든 것이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도 침묵했다며 “이 미친 짓을 멈출 힘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다. 두려워 말고 시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깜짝 시위 직후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약 하루 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음 날인 15일 오후 인권변호사 안톤 가신스키가 올린 사진을 통해 현재 모스크바 법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샤니코바의 목에는 방송 난입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도 걸려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쓰인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목걸이다.
현지 언론은 그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옵샤니코바 씨의 행동을 축구 광팬 ‘훌리건’에 비유하며 일종의 훌리거니즘이라고 폄훼했다. 러시아 의회는 4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침공’ ‘전쟁’ 등으로 보도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며 옵샤니코바 씨를 높이 평가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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