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할 변화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대외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 '골든글러브 유격수' 김혜성을 2루수로 옮긴데 이어 타순도 5번에 배치했다. 고흥 스프링캠프 당시 2루수 전환은 예고했지만, 5번 타순 배치까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도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일단 김혜성의 장거리 송구(사이드 스로우)에 약점이 있었고, 2루수로 뛸 때 더블플레이가 좀 더 원활한 측면은 있었다. 발이 빨라 수비범위는 넓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유격수 자원이 넉넉하다. 일단 주전 유격수로 신준우를 낙점한 상태다.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홍 감독은 김혜성이 타선에서도 좀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해 생애 첫 3할 타자(0.304)가 됐고, 대부분 지표에서 2017년 데뷔 후 최고점을 찍었다.
작년에도 5번 타순에 들어서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래도 김혜성은 2번이나 하위타선 배치가 익숙했다. 올해 홍 감독은 김혜성이 적응만 한다면 붙박이 5번타자를 맡길 생각도 있다. 5번 타순에 들어가도, 원래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홍 감독은 "5번 타자는 타점 능력도 있고 타율과 출루율도 높아야 한다. 김혜성은 작년에 커리어하이를 하면서 성장했다. 타율도 높고 타점도 많이 올려봤기 때문에 5번부터 시작하는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굳이 전통적인 5번타자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키움은 이용규~송성문~이정후~야시엘 푸이그 등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들이 상위타선에 집중 배치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하위타선은 빈약하다.
단, 김혜성이 5번 타순에서 정교한 타격으로 안타도 치고 출루하면 한 방이 있는 하위타선의 박동원이나 김웅빈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차피 현대야구에서 타순의 전통적 역할론은 희미해졌다. 5번 타자도 출루와 연결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혜성이 5번 타순에서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 팀 득점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계산했다.
홍 감독은 "김혜성은 하위타선의 선두타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물론 중심타자로서 타점까지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해 시험하고 있다"라고 했다. 결국 김혜성이 작년처럼 타격을 해줘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아직 애버리지가 확실한 타자는 아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김혜성의 적응이다. 타순 변화가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해도 수비 포지션까지 바꾼 상황이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웃으며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결정했다. 본인은 자꾸 유격수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가지 마라고 했다"라고 했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4경기서 8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출발은 좋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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