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윤욱재 기자] "무슨 에이징 커브야. 우리 팀에서 제일 멀리 치는데…"
통산 327홈런을 기록 중인 KBO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타자 박병호(36)는 지난 2년 동안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2019년만 해도 타율 .280 33홈런 98타점으로 건재했던 그의 타격은 2020년 타율 .223 21홈런 66타점, 그리고 지난 해 타율 .227 20홈런 76타점에 그치면서 "에이징 커브가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KT는 박병호의 반등에 베팅했다. 박병호가 FA 시장에 나오자 3년 총액 30억원이라는 대우를 안기며 KT 유니폼을 입힌 것이다.
기장 스프링캠프부터 박병호의 타구를 지켜본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에게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무슨 에이징 커브야. 우리 팀에서 제일 멀리 치는데…"라는 이강철 감독의 말에서 박병호가 조금씩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에게 괜한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저는 절대 (박)병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 이강철 감독은 "병호가 밝아졌다. 초반 스타트를 잘 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것 같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병호는 기술보다 심적으로 안정이 되면 원체 갖고 있는 기량이 있으니까 좋아질 것"이라는 이강철 감독은 "기장에서 오른쪽 담장으로 혼자 넘기더라. 우타자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박병호의 녹슬지 않은 파워에 감탄했다. 그래도 이적 첫 시즌이고 최근 부진으로 인한 부담감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강철 감독의 바람이다.
마침 박병호는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김이환의 142km 직구를 공략,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올해 시범경기 2번째 홈런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T라는 새로운 팀에 왔지만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KT 식구들이 박병호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박병호도 점차 마음에 안정을 찾고 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사실 시범경기 결과를 떠나서 타석에서 타이밍을 계속 신경쓰며 임하고 있다. 최근 홈런이 나오는 것도 타이밍이 맞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 만족하고 있다. 겨울에 준비한 것도 잘 되고 있다"면서 "감독님과 타격코치님께서 계속 칭찬해주시면서 예전 좋았을 때 타격폼으로 돌아가고 있고 심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덕분에 자신감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박병호는 "우리 팀에는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라는 좋은 타자들이 배치돼 있다. 두 타자 모두 컨택트가 좋은 타자들이라 내가 해내지 못해도 다음 선수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더욱 과감하게 휘두르고 있다. 시즌 때도 이런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라고 동료들을 향한 신뢰도 보냈다. 박병호에 이어 라모스도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백투백 아치를 그렸는데 라모스는 "몇 경기를 뛰면서 느낀 점은 우리 팀의 중심타선과 라인업은 엄청나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라인업에 속해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감탄했다. '디펜딩 챔피언' KT에 '박병호 효과'까지 더한다면 또 한번 정상에 노크할 수 있는 기회가 어렵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KT 박병호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2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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