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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배우 윤여정이 열정 가득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23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윤여정이 유퀴저로 출연해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스토리를 꺼냈다.
지난해 4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나도 믿기지 않았다. 반추를 해보니까. 그건 사고였다 나한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함께 올랐던 후보에는 아만다 사이프리드, 7번이나 노미네이트됐던 중견 배우 글렌 클로즈 등이 있었다. 윤여정은 "정말로 글렌 클로즈가 받기를 바랐다. 받는 거 구경이나 하자고 앉았는데, 나중에 필름을 보니 기다렸다는 듯 내가 일어나더라. 무의식중에 내 이름이 들리니까 일어났던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수상소감도 화제를 모았던바. 당시 윤여정은 "경쟁을 믿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나. 5명 후보 모두 각자 다른 작품과 역할에서 수상자이다. 경쟁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오늘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또한 "두 아들에게 고맙다. 엄마가 일한 결과가 이거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듣고 작은 아들은 울었다더라. 걔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일하러 나오지 않았을 거다"라며 "제일 미안한 건 내가 일하는 여자였기 때문에 엄마의 음식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집밥이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언젠가 그랬다. 근데 우리 아들들도 꼭 나 닮은 게 '괜찮아 엄마. 그래서 우리 다 말랐잖아'라고 하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두드린 문을 내가 운 좋게 그다음 해에 (연 것이다). 운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재석은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수많은 트로피들은 모두 윤여정 집 지하실로 직행했다. 아카데미 트로피만 응접실에 놓았다는 그는 "오는 사람들이 기를 받겠다고 보러 온다. 그래서 응접실에 그것만 놨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여정은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거주했다. "큰 아들이 75년생"이라는 그는 "공항에서 모르는 나라라며 내 여권을 모른 체 했다. 입국을 못할까 봐 가슴이 벌렁벌렁 뛰며 땀이 났다. 요새는 그런 꼴을 안 당하더라. 이번엔 공항에 갔더니 세관에서 나를 알아보고 난리가 났다. 세상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래서 오래 살아야 해"라고 말했다. 이어 "겁나고 영어도 못하는 데 가서 어떻게 살지 걱정이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우리 엄마가 오셨다. 엄마가 핸드백에다가 배 한 알과 깻잎을 숨겨오셨다. 아삭아삭한 거 한 쪽씩만 나눠 먹었던 것 같다. 깻잎은 된장찌개에 썰어 넣어주셨는데 꿀맛이었다"고 감동적인 일화도 공개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단역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우의 길을 걸어온 윤여정. 그에게 있어 복귀 시기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윤여정은 "다시 미국을 들어갈지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 잘살고 있나 못 살고 있나 고민할 여력도 없었다"라며 "아무도 찾는 사람도 없고, 일이 필요하니 단역도 다 했다. 예전엔 다 세트장에서 연기했었는데, 길바닥에서 연기하려니 좀 부끄러웠다. 다행인 건 내가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서 안경을 벗고 연기했다"라고 돌아봤다.
"미국으로 다시 갈까 했는데, 난 타이핑도 못 하고 영어도 못 한다. 미국 동네 슈퍼마켓에서 임금 시간당 2.75달러 캐셔라도 할까 싶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그런데 김수현 작가가 미쳤냐고, 재주 있으니 배우 다시 하라고 붙잡았다. 하지만 자기 작품은 안 된다고 했다. 뒷말이 나올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안 써줘서 맹세를 깨고 나를 써줬다. 굉장히 많이 부담됐지만 어떻게 하겠냐, 돈 벌어야 하니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윤여정은 연기 생활 57년하며 얻은 것이 "허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명해졌다는 거. 이유 없이 치켜세워졌다가 이유 없이 매도당하기도 한다. 거품 같은 거다"라며 "잃은 건 없다. 왜냐하면 연기를 일로 했으니까. 사지육신이 멀쩡하면 일해야 한다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후회도 없고 잃은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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