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올 시즌 KBO리그 시범경기 첫 출장은 대타였다. 12일 시범경기 개막전인 KT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딱 방망이 2번 휘둘러 봤다. 헛스윙 삼진. 역시 ‘안되는 선수는 안되는구나’라고 했음직 하다.
그리고 두 번째 출장도 키움전 8회 대타였다. 오지환 대신 타석에 들어선 그는 볼카운트 0-3에서 김준형의 밋밋한 139km 직구를 당겨쳐 좌익수 펜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첫 경기 등장과는 180도 다른 눈도장을 콱찍는 인상적인 홈런이었다.
두번째 출장에서 대타로 나섰지만 2타수 2안타 1홈런, 류지현 감독의 마음이 흔들렸다. 다음날 경기에서는 2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시키면서 기회를 줬다. 그런데 또 다시 4타수 무안타. '롤러코스터 성적'에 감독은 헷갈렸다. 더 기회를 줘야할지 대타 요원으로 가져가야할지 말이다.
그렇지만 류감독은 한번 더 기회를 줬다. 이번에는 8번타자 자리에 선발 출장시켰다. 지난 18일 삼성전이다.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나중에는 2루수로도 투입했다. 타선이 1, 2회 6점을 쓸어담을 동안 그는 1루수 땅볼 아웃, 삼진,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는 7회 좌중간 3루타로 힘을 과시하더니만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좌측 펜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류지현 감독은 그를 꾸준히 출장시키면서 방망이 실력을 지켜봤다. 결과는 시범경기 9경기 출장에 홈런 6개, 지난 22일 SSG에서는 홈런 두방을 터뜨렸다. 타율 3할6푼 타점 10개 등을 올리며 ‘똑딱이 소총부대’ LG타선에 강력한 대포의 등장을 알렸다.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도 1.5가 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바로 올 시범경기에서 핫 플레이어로 떠오른 LG 송찬의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한 '중고 신인'의 등장이었다.
2018년 LG에 입단했지만 친인척 덕분에 LG에 낙하산을 타고 왔다는 수근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범경기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는 갑작스런 등장에 류지현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그의 방망이 솜씨에 매료된 류감독은 아직까지 그의 포지션을 어떻게 해야될지 결정을 못한 느낌이다.
송찬의의 출장 수비포지션을 보면 그렇다. 처음 대타로 나와 유격수 수비를 봤는데 이후 우익수와 좌익수, 중견수와 2루수, 1루수 선발 출장에 2루수 이동, 중견수와 좌익수, 유격수 등 투수와 포수-3루수를 뺀 전 포지션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런 선수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Super Utility Player)이다. 두 세포지션이 아니라 다수의 포지션에 투입되는 선수를 일컫는 메이저리그 용어이다. 대표적인 타자가 바로 시카고 컵스의 밴 조브리스트이다.
그런데 보통의 SUP는 수비형 선수이다. 송찬의는 여기에 방망이까지 특출하다. 그래서 지금 류지현 감독은 그를 어떤 포지션에 선발로 투입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 같다.
문제는 그가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좌익수에는 115억원 김현수가, 중견수에는 60억 박해민, 우익수에는 골든글러브 홍창기가 버티고 있다. 1루수에는 채은성, 2루수에는 서건창, 유격수에는 오지환, 3루수에는 용병 루이즈가 있다. 갈 곳은 한 곳 지명타자 뿐이다.
과연 올 시범경기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송찬의가 정규시즌에는 어떤 포지션에서 뛰고 있을까. 류지현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진=유진형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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