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KT 출전선수명단에는 희한하게도 롯데에서 온 선수들이 많았다. 8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FA로 이적한 황재균, 2차 드래프트였던 조현우를 제외한 김준태, 장성우, 배제성 등 6명은 모두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KT가 우승하자 롯데에서 데리고 온 선수들이 한 몫했다는 말이 돌았다. 롯데만 탈출하면 잘 풀린다는 이야기도 떠돌아 다녔다. 롯데로서는 자존심 상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그런데 올 시즌 KT에서 방출된 선수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아직 시범경기여서 올 시즌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치지는 모르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게 한다.
특히 롯데가 야심차게 데리고 온 ‘천재 유격수’라는 이학주가 새끼 손가락 미세골절로 인해 시범경기 동안 결장하다 최종전인 29일 삼성전에 단 한차례만 출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박승욱이다. 박승욱은 지난 해 12월2일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12월 2일 "2022시즌 선수단 전력 강화 등을 위해 내야수 박승욱(29)을 영입했다"고 밝혔었다.
롯데는 "박승욱은 타격에서 강점을 지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박승욱은 2012년 SK와이번스에 입단해, KT위즈를 거치는 동안 통산 382경기에 나섰으며 타율 0.243 (676타수 164안타) 10홈런 59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박승욱은 지난 해 KT에서 8경기만 뛰고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그는 롯데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팀에 합류했다.
시범경기 동안 이학주의 공백이 길어지자 래리 서튼 감독은 박성욱에게 유격수 수비를 맡겼다. 10경기에 출장해서 33타수 10안타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서튼 감독은 “박승욱은 유격수로서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칭찬할 정도이다. 개막 주전 유격수는 이학주에서 박승욱으로 기울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불펜투수 최건도 올시즌 롯데에서 제몫을 톡톡히 할 투수로 꼽히고 있다. 최건은 군 복무 시절이던 지난 2020년 12월 KT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롯데는 신본기와 박시영을 kt에 내주고 최건을 받아들였다. 150km의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불펜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박승욱과 최건은 다른 선수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롯데를 떠나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된 선수도 있다. 베테랑 노경은이다. 노경은은 지난 해 10월28일 롯데와 협의하에 자유계약선수로 롯데를 떠났다.
그리고 당당히 SSG에 테스트를 거쳐서 입단에 성공했다. 노경은은 구속 147km의 속구와 수준급의 변화구 구사능력, 타자 상대 노하우 및 경기운영 능력 등을 보유한 베테랑 투수였지만 롯데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합의’하에 그를 버렸다.
노경은은 1984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39살이다. 2003년에 입단했으니 올해로 20년차이다. 하지만 노경은도 올 시범경기 3게임에 등판해서 12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투구이닝보다 많은 15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14개의 삼진도 잡아냈다. 1승무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노경은은 시즌 초반에 SSG의 5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중인 문승원과 박종훈이 복귀할 때 까지 이들의 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노경은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롯데로부터 버림받을 지경이었지만 협의를 통해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됐다. 퇴출당하기전에 자기의 발로 걸어나와 SSG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노경은은 롯데를 탈출해서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케이스라면 박승욱과 최건은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됨으로써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상반대 상황에서 누가 웃을지 궁금해진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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