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5년 만에 개막전 선발. 지난해 방출의 쓴맛을 봤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타석이 지나간 후 정신을 차렸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타를 뽑아냈다. 박승욱의 이야기다.
박승욱은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SK에서 오랜 시간을 몸담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KT 위즈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하지만 KT에서 선수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박승욱은 2021시즌을 끝으로 쓰라린 방출 통보를 받았다.
3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에 야구를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박승욱은 롯데 자이언츠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고, 합격점을 받았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었지만, 박승욱은 유격수 포지션을 내려놓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딕슨 마차도와 결별로 생긴 유격수 주전 자리를 위해 오프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박승욱은 정규시즌 엔트리에 등록됐고,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라이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뽑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결승타를 기록한 박승욱은 "수훈선수 인터뷰가 언제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감정 컨트롤이 안 되더라. 두 타석까지는 긴장이 돼 투수랑 싸우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치고 나서 조금 차분해지면서 원래의 감각이 돌아온 것 같다"고 기쁜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말을 하지 않아도 박승욱이 긴장한 티는 역력했다. 경기 전 문규현 수석 코치와 대화를 나눌 때부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문규현 수석 코치는 박승욱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박승욱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장난을 쳐 주시더라"며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게 말씀을 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승욱은 1~2번째 타석에서 연달아 삼진을 당했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안우진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역전에 성공했고, 팀도 7-2로 승리했다. 박승욱은 "방출을 겪고 나서 1군에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개막전에 스타팅으로 나간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144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뜻깊은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방출의 쓴맛을 봤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시범경기와 현재의 활약이라면 주전 유격수도 그리 먼 일은 아니다. 박승욱은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잘하는 것 하나만을 바라셨을 것이다.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티는 안 냈지만, 속상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셨고, 이번에는 잘해서 효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힘겹게 잡은 기회, 후회 없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박승욱은 "그동안 후회가 많이 남았다. 다시 야구를 하게 되면 후회가 남지 않게 하고 그만두는 마음으로 임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매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승욱. 문규현 수석 코치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박승욱.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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